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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재 Jul 21. 2021

화이자 묻고 더블로 가!

팜뉴스 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1편

저는 주식의 ‘주’짜도 모르는 기자입니다. 20대 시절 모은 돈은 모두 적금에 들이부었고 은행에 넣어놓은 돈 이외에는 전부 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에서 코스피 지수가 연일 “3000이 넘었다”고 나오면 남일로 치부했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주식 그래프를 보며 “우상향으로 횡보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로섬, 잃은 사람이 훨씬 많고 개미들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결혼 이후, 아내가 미국 주식을 공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미국에는 좋은 회사도 많아서 배당도 많이 받을 수 있대”라면서 책을 보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내가 주식 투자를 하면 하루 종일 시세표나 보고 있을 것 같아”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점차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미국이라면, 슈퍼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의 주식시장은 한국과 무언가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위험해 보였습니다. 특히 제약 바이오 주식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떡락’ 또는 ‘떡상’을 반복하고, 멀쩡했던 기업이 갑자기 ‘상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들어왔습니다. 임상 2상을 지나 3상에 다온 것 같은데 허위 공시로 임원진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 공시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 기업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은 공시가 투명하고 우량 기업들이 많으며 주식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밤 10시, 카카오뱅크를 통해 미니스탁 계좌를 개설한 이유입니다. 일단 카뱅 이벤트 선물로 화이자 6000원, 테슬라 2000원어치 주식을 받았습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로 유명한 기업이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첫 투자 종목은 ‘화이자’로 정했습니다. 

     

이쪽 업계에 있다보니 화이자가 생각 이상으로 탄탄한 회사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발기부전 약 비아그라로 유명한 제약사이지만 백신 개발 역사가 100년이 넘은 기업이란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품질도 좋아보였고 전 세계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수록 화이자 주식이 ‘떡상’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화이자에 5만원을 투자했습니다. 5만원은 너무 소액이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이 금액도 ‘피같은 돈’입니다. 주식 투자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제가, 첫 포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정은 매달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회의를 합니다. 돈 관리는 아내가 담당하는데 제 용돈은 60만원입니다. 용돈 중에 운용할 수 있는 최소 주식 투자 금액을 10만원 선이라고 판단해서 일단 화이자 주식 5만원 어치를 구매했습니다.      

두 번째 투자 종목은 모더나였습니다. 아주 단순한 논리가 작동했습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품질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총 9만 8000원의 주식을 화이자, 모더나, 테슬라에 투자한 셈이 됐습니다. 7월 7일 10시경 침대에서 먼저 주문이 완료된 화이자와 테슬라의 8000원어치의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51’이란 숫자가 보였습니다. 특히 화이자 주가는 34원이 빠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다음날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왜 빠졌을까”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아서 계속 화이자 뉴스를 찾아봤습니다만, 네이버에서는 화이자 주식이 왜 하락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뉴스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찜찜한 마음이었지만 워낙 소액이라서 무심코 넘겼습니다.   

   

둘째 날인 7월 8일 아침 8시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5만 6천원을 투자한 화이자 1.254주는 전날보다 150원이 늘어난 5만 6143원이었습니다. 모더나 0.152주는 무려 1410원이 빠져 3만 8만원 대를 기록했습니다. 총 투자 금액은 9만 8000원이었는데 1312원이 하락한 것입니다. 속상한 마음에 주변에 “1000원 넘게 빠졌네 나는 주식이랑 안 맞나봐”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겨우 1312원인데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용돈을 계속 모아 마치 적금을 들 듯 주식을 사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손해를 보니까, 왠지 위축이 됐습니다. 문득 그날 밥을 먹다가, ‘좀 알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먼저 아내가 읽고 있던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책을 집었습니다. 틈틈이 유튜브 검색창에 ‘화이자 주식’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했습니다.

      

여러 유튜버들이 ‘화이자는 투자할 만한 주식이 아니다, M&A로 큰 회사이고 코로나19 백신도 바이오앤텍이란 독일 회사와 같이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이익이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다만, 배당주로는 괜찮다며 최근 화이자의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모더나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주가가 3배 올라간 상태라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말들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화이자와 모더나는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그렇다고 몇 푼 빠졌다고 해서 되팔고 다른 주식을 사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다른 제약사인 애브비 주식으로 갈아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애브비는 화이자와 모더나보다 더욱 모르는 회사였습니다. 일단 버티기로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제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결말은 알 수 없지만  9만원에서 투자를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미국의 제약바이오 주식을 사들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과 삶의 변화들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겠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믿고 주식 투자 분투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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