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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재 Jul 27. 2021

'영끌' 대출해서 '모더나' 올인하고 싶었지만...

최기자의 미국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 일기' 3

지난 일요일, 미니스탁 계좌를 열어 주가를 확인한 순간 저는 침대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모더나 주가(0.15주)가 원금 4만원에서 약 1만원 오른 5만원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약 25%의 수익률로, 그야말로 ‘떡상’을 했습니다. 화이자(0.25주)도 3.36%가 오르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초기 투자 금액이 14만 8000원에서 15만 9217원으로 오른 것입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직후 저는 아내를 향해 “모더나 안 사고 뭐더냐”라고 말했습니다. 룰루랄라, 콧바람도 불었습니다만, 아내는 “그렇게 쉽게 추천해주면 어떻게”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모더나는 이제 오를 일만 남았어 절대 안 떨어져”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모더나 주식이 선물한 상쾌한 아침이었습니다.


모더나를 포함해 다른 주식을 더 사고 싶었습니다. 당장 용돈 가계부를 쓰려고 휴대전화 메모장을 꺼낸 이유입니다. 결혼 이후 저희 부부는 전체 재정에서 월마다 용돈을 받습니다. 아내는 전체 가계부는 물론 자신의 용돈 내역도 꼼꼼히 기록하고 돈을 아껴왔습니다.


심지어 적금도 하고 주식 투자도 합니다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용돈 가계부는 안 써? 그냥 많아 보이면 좋은거야?”라고 얘기할 때마다 “써야지... 그래도 많아보이면 좋긴해”라면서 어물쩍 넘기는 것이 제 일상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식의 주짜도 몰랐고 경제 관념도 약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자로 일할 때 외에는 ‘기록’을 꺼려온 인생입니다. 20대 시절에도 기억에 의존해서 돈을 써왔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스스로 가계부를 작성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아내의 ‘구여친’ 시절 연애하면서 네이버 가계부 앱을 썼지만 결혼을 하면서 용돈 가계부 작성을 방관했습니다. 참으로 한심하게 살아왔지만 큰 문제점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더나 주식이 압도적으로 오른 순간, 결혼 이후 처음으로 저의 용돈 통장을 살폈습니다. 일단 카드대금, 정기적금, 실손보험료, 개인연금, 청약 등을 먼저 뺐습니다. 관리비 10만원도 집주인에게 바로 입금했습니다. 


매달 18일이 입금일인데 처음으로 하루 먼저 입급한 것입니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 예산을 10만원으로 잡고 전체 금액에서 뺐습니다. 그 결과 약 20만원의 주식 투자 비용을 확보했습니다. 지출 수입을 명확히 파악한 결과 종잣돈이 생긴 것입니다.


이튿날 월요일(19일), 주가는 다소 떨어졌지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남은 용돈으로 어떤 주식을 살지에 대한 궁리만 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노바벡스 백신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 때문에 노바벡스를 0순위로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노바벡스의 최근 1년간 주가 그래프는 등락폭이 너무 컸고 주식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어 상당히 비쌌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노바벡스 주식 매수를 포기했습니다. 그날 밤 7시경 김치참치찌개를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Tvn ‘유퀴즈 온더 블록’ 주식의 달인 편을 봤습니다. “주식은 팔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교육 말고 주식을 사주어라”는 내용의 존리 대표이사(메리츠자산운용)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또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이 “투자 기업의 제품이 자신의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지를 고려하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원래 보통 그 시간에 무한도전 같은 예능을 틀어놓고 음식 준비를 해왔지만 처음로 주식 콘텐츠를 켜둔 것입니다.


화요일 아침, 아내에게 “모더나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한국 수급에 비상이 걸렸음”이라는 내용의 지라시를 받았습니다.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어 바로 주가를 들여다봤습니다.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모더나 주식은 약 37%가 상승한 상황이었습니다. 투자 원금에서 약 10%의 수익을 났습니다. 앞서 2편에서 제가 언급한 것처럼 모더나가 S&P500 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모더나를 더 살까”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모더나 주가 앞에서 저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날 밤 9시경 아내는 “노바벡스 주식 많이 올랐네”라고 했습니다. “아... 살걸”이라며 후회했습니다. 갈피를 못 잡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원격 의료 회사는 관심 없어?”라면서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원격 의료 회사 텔라닥 헬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텔라닥 헬스가 원격 의료 부분의 글로벌 1위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텔라닥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 회원이 상당하고 미국 회원은 7천만명, 전 세계적으로 170개 국가에게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료도 찾았습니다. 텔라닥의 진료 건수는 2017년 150만 건에서 지난해 570만 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연평균 약 64%의 성장을 보여주는 회사였습니다.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데 아내는 “나한테 영업 당하는 것 같아? 하하하”라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내는 제가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쓰지 않던 용돈 가계부를 쓰고 아낀 용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밝은 표정을 보고 그날밤 슬며시 텔라닥 주식을 ‘매수 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머크사 로고

어느덧 목요일(22일)이 됐습니다. 오전 9시경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떼를 주문하는 도중 다시 주식 계좌를 열어봤습니다. 이럴수가, 모더나 주식이 또 올라 있었습니다. 원금에 비해 약 2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어 당장 처제에게 “뭐 먹고 싶은 것 없느냐”고 자랑을 했습니다. 


처제도 “와 40%라니..”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스벅 직원에게 커피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정말 가벼웠습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갈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이튿날에도 모더나(0.15주)는 약 42% 오른 5만 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모더나 주식 추가 매수를 고민했던 이유입니다. 심지어 당장 은행 돈을 빌려 1000만원을 모더나에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더 오르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모더나 주식을 사지 못했습니다. “너무 올라서 못 사겠다”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더는 모더나에 홀리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매수 타이밍을 몰라 더욱 겁이 났습니다. 


더구나 미국 주식 투자의 목적은 배당액 수령과 장기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이었습니다. 모더나는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텔라닥 5만원, 화이자 1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나머지 5만원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유명한 머크(글로벌 빅파마) 주식을 샀습니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초기 자금 15만원에서 시작한 투자 금액은 벌써 35만원이 됐습니다. 모더나를 포기한 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새가슴이란 비난을 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주식 투자를 존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최기자의 주식일기 3편은 26일자 팜뉴스에 게재된 기사 내용이 바탕입니다.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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