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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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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Sep 13. 2022

짜장면에 체한 줄 알았습니다.

퇴근하는 버스에서 집사람에게 연락을 하니

이미 동네 근처에서 일을 마친 터라  

오랜만에 둘이서 저녁을 먹자는 약속을 했다.


아이들은 옆 단지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해서 평일이지만 부부끼리만 저녁을 먹는 일탈을 감행해본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메뉴는 늘 그렇듯이

짜장면과 짬뽕이었고 기분 좀 내보자 해서 탕수육 작은 사이즈도 같이 주문했다.


아이들과 같이 먹을 때면 비벼주고 덜어주고 잘라주고 하느라 무슨 정신에 먹는지도 모르게 허기만 채웠는데 집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사람같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바삭한 탕수육을 그대로 느끼고자 소스에 살짝 찍어먹다가 눅진하게도 먹고 싶어 소스에 푹 담갔다가 먹기도 하고 짜장면을 크게 한 입 물고 후룩후룩 면치기를 하다가 느끼해지려 하면

매콤한 짬뽕 국물 한 입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면서 그렇게 탕짬짜에 온전히 집중했던 저녁이었다.



둘이 먹기 좀 많은 양이었지만 그래도 언제 이래 보겠냐 하며 꾸역꾸역 다 먹고는 두둑한 배를 만지며 귀가를 했고 아이들은 자기네만 빼놓은 엄마 아빠만의  외식은 배신이라며

주말 외식은 꼭 중국집으로 가야 한다면서 굳은 약속을 받고 나서야 숙제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조간신문을 석간신문 인양 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1면 기사를 보고 엄지에 침을 묻혀 다음 장으로 넘기려 하는 그때 아랫배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과식한 탓이구나 싶어 펼쳐 놓은 신문을 다시 접어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는데 통증이 화장실 통증이 아니었다.


한참을 앉았지만 성과 없이 변기물만 내리고 나왔고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복부 통증은

점점 거세지지고 있어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아구구구구'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는데 집사람은 짜장면을 미련 시리 먹어대고는

체했다며 실과 바늘을 가져왔고 내 어깻죽지부터 온 피를 쓸어 모아서는 손가락 마디에 실을 꽁꽁 묶은 다음 손톱 바로 위에 바늘로 구멍을 내어 검은 피를 흘리게 했다.


열 손가락에서 검은 피를 샘솟게 해서인지 어쩐 건지 십여분 간 미치게 했던

통증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그놈의 식욕에 몸이 고생한다며 때늦은 후회를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위해 눈을 떴는데

 어제와 같은 복부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앉아 용을 써봐도 통증만 더할 뿐 방법이 없었다.

그제야 확신하게 되었다.


이건 많이 먹어서 아픈 통증이 아니라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통증이란 걸 말이다.


회사에는 아파서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음을 알리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통증에 넋이 나간채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분명 급성 맹장염이라고 굳게 믿었다.




1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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