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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쫌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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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Sep 23. 2022

갑질 부리던 업체 본부장님


"뭐? 7억 3천?"


회사 업무로 만난 P업체였다.

신규사업 제휴처로 만났고 뜻이 맞아 잘 진행해보자 하던 업체였다.


그런 P업체는 거래하던 O업체와 의견이 안 맞아 소송 공방을 앞두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회사는 O업체와 거래가 있어서 우리 회사 아니 나를 끌어들이려 했다.


내가 진행하는 신규사업은 출시 날짜를 정하고 있어서 제휴처의 인 앤 아웃은 출시 연기로

직결되는데 P업체는 그런 점을 간파하고는

제휴 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찔끔찔끔 경고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P업체의 본부장 미팅을 요청해서 상황 설명과 함께 O업체 문제는 잘 정리를 할 테니 그간 우리가 협의해

제휴 건은 차질 없이 진행하자고 다짐을 받고 문제없음으로 보고했다.


모든 게 순탄하게 마무리되고 한 숨 돌리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7시 반


퇴근 후 집으로 향하던 전철에서 그때 만난 본부장이 말을 바꾸며 보내온 메일을 보고

가슴 철렁함과 함께 짜증이 밀려왔다.


메일에는 우리 회사가 O업체와의  문제 처리해야 하고  만일 문제가 발생한다면 P업체와 O업체 간의 소가 전액인 7억 3천만 원을

우리 회사가 전액 물어낸다는 공문을 줘야지만 제휴 진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말이 좋아 공문이지 각서를 써내란 말이다.


짜증은 나지만 일단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건지 확인하려고 본부장에게 전화를 하니

"거부" 버튼을 눌러서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멘트가 나와 분노 폭발다.

"이런 썅!" 내뱉고는 다시 마음 잡고 공손한 문자를 보냈다.


두 시간이 지나도 답신이 없어 메일로 어찌 된 상황이며 왜 그러시는지 그리고 제발 마음 풀어달라는 읍소의 긴 글을 밤 11시 반 주방 식탁에 앉아 욕을 욕을 해대며 쓰고 보냈다.


 근심 바위 덩어리를 가슴에 올려놓고 보낸 주말이라 피곤은 쌓여가기만 했고  청명한 날씨인데도 어디 가서 뭐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다 다시 맞은 월요일 P업체 본부장은 여전히 내 전화를 받지 않다가 '띡'하고 메일로 변화사항을 알려왔는데 공문이 아닌 확약서로 달란다.


주말 내내 마음 졸이며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내 손을 떠난듯하여

팀장, 임원에게 P업체와 같이 할 수 없는 이유와 경과를 보고했다.


결국 P업체는 제휴처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다행히 출시 일정에도 영향이 없게 되어 신경 곤두세웠던 지난 시간이 싹 잊힐 만큼 홀가분해졌다.


아직 내게 갑질하던 P업체 본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만약 연락이 온다면 어떻게 앙갚음을 해줄지 고민을 해본다.


나도 똑같이 걸려온 전화에 "거부" 버튼을 눌러 약을 바짝 올릴지

아니면 "아이고 본부장님 이거 아쉽게 돼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하며 비아냥거릴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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