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파이어를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친구야 힘내!
늘 이른 은퇴를 바라는 친구였다.
친구는 S시에서 병원을 하고 있었는데
상권이 갖춰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같은 과 병원이 열 개가 넘고 심지어 같은 건물 안에도 같은 과 병원이 들어서면서 개념 없는 건물주라며 못마땅해했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세무, 노무, 환자 민원 등등
의사 공부를 했건만 고민은 여느 자영업자와 다를 바가 없어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이슈들이 대화 주제를 차지하곤 했다.
"실장이 코로나라서 이번 주 나 혼자야 "
"결제를 다 마치지 않은 환자가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는다"
참 가슴이 답답해지는 내용들이었다.
매일 솔루션이 필요한 일 투성이지만
정작 결정하는데 상의할 사람 누구 하나 없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친구는 일상이 벅찼는지 훌훌 털고 훠이 훠이 떠나고 싶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게 말했다.
친구는 그나마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일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 했고 나도 가끔 퇴근길에 들러 같이 타곤 했다.
여름이 한창인 두 달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자전거로 퇴근하다가 넘어져 응급실에 갔다가
퇴원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며 당분간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조심 좀 하지 어쩌다' 하면서
자전거 타다 넘어져 까진 거 딱지 아물면 별일 아니겠거니 했는데 아닌 게 아니었다.
이제는 좀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정밀검사를 해보니 척추에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되어 목 척추 수술이 예정되어 있고 수술 후 1년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병원도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 폐업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병원 정리하는 얘기, 가족들이 걱정하는 얘기를 한 시간 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물으니
"놀아야지 뭐" 라면서 시크하게 답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놀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일하기 싫다며 빨리 때려치워야지 했던 병원인데 이렇게 정리하게 될 줄을 몰랐다며 세상 달관한 표정의 친구 모습을 보며 건강 잃고 파이어인들 무슨 의미냐 싶어 건강의 소중함을 새기고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