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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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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Sep 30. 2022

전형적인 신장암입니다.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다음 날 오후 암센터 비뇨기과 대기석의 나를

무심한 목소리로 불러댄다.


종합병원의 검사실은 아침이 제일 바쁘다.

이런저런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가 진단을 해야 하니 대부분 환자들은 아침으로 예약을 잡기 마련이고 나도 그 대열에서 채혈, 채뇨 그리고 여러 영상기기에서 몸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별것도 아닌데 붐비는 병원에서

벗었다가 입었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뽑았다가 문지르기를 몇 번 하니 금세 지친다.


오후 나절이 돼서야 결과를 가지고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들어오라는 목소리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주치의가 앉아있었고 맞은편에는 수련의가 있었다.


인사를 하고 주치의를 바라보고 앉았는데

그는 내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모니터의 검사 결과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말없이 한참을 바라만 보길래 십여 초 정적이 있다가 입을 뗀 말은  


"음 전형적인 신장암입니다."이었다.


암이라고 진단을 내리는 의사의 목소리에서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암이라는 진단도 인상을 찡그리게 만들었지만 자기들이야 늘 암의 모습을 보는지라

전형적일 수 있겠지만 난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르는데 전형적이라고 하니 참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와서 박힌다.


이어지는 설명으로 별다른 게 없어 내가 질문을 했다.

신장암의 원인은 뭔가요?

암이면 몇 기 정도이고 전이는 되었나요?

수술은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항암치료는 하나요? 입원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그래서 들은 답변으로

신장암은 주로 비만, 음주, 흡연, 스트레스가 원인이며

현재 1기이고 전이는 안되어 수술만 하면 항암치료 없이 정기적 관찰만 하면 되고

수술은 개복형, 천공 후 로봇수술이 있는데 가격은 개복수술이 싸지만 회복은 천공 로봇수술이 빠른데 단점은 비싸다는 거였다.

입원은 수술 후 5일 정도이며 일상생활은 10일 후면 가능하다고 했다.


다음 환자 대기가 밀려있는지 사무적인 답변을 쏟아내고는 자세한 수술 안내는 수련의를 통해서 안내받으라고 해서 딱히 더 물어볼 기분도 아니어서 일어섰다.  


진료실을 나와 수련의를 통해 다행히 2주 후 수술일자를 잡을 수 있었다.

수술 방법을 묻길래 천공형 후 로봇 수술은 얼마 정도냐고 하니 천만 원 조금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많이 한다고 해서 선택하긴 했는데

암 진단을 받은 지 십 분도 안되어 얼떨떨한 차에 천만 원짜리 수술을 결정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복부에 구멍을 여섯 개 낸다고 하면서 사람 모양 그림의 배 부분에 빨간 사인펜으로 여기 여기 여기에 구멍을 낼 거라고 표식을 하는데 정말 내 배 뚫는 것 같아 움찔했다.


수술 상담을 마치고 나오니 S대학병원 누런 서류봉투에 각종 안내지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분명 그저께 저녁 짜장면 먹고 체한 줄 알았는데 배가 아파서 이틀 동안 병원 들락거면서 어제는 요로결석이라고 했다가 또 오늘은 신장암이라고 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동행했던 집사람에게 물었다.

"암 보험 들어놓은 거 있지?"



14화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로결석이네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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