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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희 Oct 25. 2021

파도

바다의 사랑 표현



버티기 위해 쌓아 올렸던 조각들이 흩어진다. 발버둥 칠수록 벗어날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반동인가, 싶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울지 않은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희망을 희망하기도 버겁기만 하다. 내 하늘은 늘 어둡기만 해서 밝은 하늘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림자는 빛을 삼키고 다음 생 같은 건 없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한다. 물을 벗어나 아가미만 겨우 헐떡이는 도마 위 생선 꼴을 하고 있다. 치사량의 슬픔이 되풀이된다.


온기를 잃어버린 천장을 바라보며 반추해본다. 미련 때문에 이번 생 이후로 다음 생이 생겨날까 싶다. 후회와 미련에 대한 두려움에 흐리고 미천하게 꿈틀대며 움직인다.


짙은 어둠의 무거운 공기에 짓눌릴 때면, 적막 속에서 옅은 숨을 내쉬며 가만히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다.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바랐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낭비하고 있는 이 시간이 앞으로의 날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게 도와주기를. 다시 온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늘이 없으면 빛을 이해할 수 없어서, 빛이 꺼지는 순간 찾아오는 어둠이 이제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감정을 실은 배가 매일같이 일렁인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노래한다. 노랫말을 싣고 나타난 파도가 더 깊은 심해 너머로 가라앉게 한다. 푸른 바다가 된 천장을 유영하는 밤이다. 태양 빛을 품은 따스한 바닷속에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온기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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