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는 기억들
교실은 담백하고 향긋한 연분홍 맛이었다. 도서관 앞쪽 책상에서는 눅눅한 파랑이 꼼질거렸고 제일 안쪽 책장에서는 메마른 촛농의 향이 났다. 골목길은 푸르면서 맑고 큰길은 붉게 탁해서 골목길 위주로 다녔다. 동네는 살랑거리며 스러지는 풀잎의 향기를 묘하게 풍겼다. 자주 타는 버스는 떫고 미적지근한 자줏빛이었다. 집은 한 평면 위에 씁쓸 쌀쌀 쓸쓸한 조각을 그렸고 시리도록 푸르던 곳은 오렌지색 조명에 감겼다. 방은 쨍하고 짙은 향이 머무른다. 최근의 아지트는 깨끗한 노래와 투명함으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공간을 꽤 제멋대로 기억한다. 실제와는 전혀 연관성 없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학교는 무채색 벽뿐이었고 버스는 밝은색이었으며 오히려 골목길이 더 어두웠다. 집은 크림색 대문이 반겨주었고 방은 약한 조명 때문에 매번 애를 먹는다. 단골 카페는 목제 가구로 가득하다.
나열하고 보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르는 것뿐인데 적재적소로 각인돼서 대신할 문장이 떠오르질 않으니 참 요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