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가게에 들어갔고, 짧은 흰머리의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알 수 없는 사장님이 있었다. 나는 하얀색 신용카드를 들고 무얼 주문할까 망설였고, 사장님은 뭘 그렇게 고민하냐며 역정을 낸 듯하다. 뭐 이렇게 화를 내나 속으로 생각하다 카드를 내밀어 무언가 주문을 했고, 영수증을 받고는 집에 왔다.
집에 돌아와서 지갑에 한 장의 신용카드와 한 장의 체크카드가 잘 있는지 확인해 봤다. 이런, 하얀색 신용카드가 없다. 남편명의로 된 카드라 남편에게 얼른 사용내역을 조회해 보라고 시키고는, 기억을 더듬어 아까 갔던 가게에서 계산 후에 카드를 받았는지 떠올려본다. 아! 영수증만 받고는 서둘러 나왔구나. 남편이 소리친다. 4백이 빠져나갔어! 놀란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112에 신고하려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핸드폰은 해킹을 당해서 자동으로 불법도박사이트에 접속되어 있었다.
겨우 한쪽눈을 뜨고는 핸드폰을 본다. 8시 29분.
신용카드 도난 꿈해몽.
꿈은 반대니까 좋은 거 아닐까 긍정회로를 돌려보는데 그다지 좋은 해몽은 아니었다. 이불속에서 꿈틀대고 있는데 첫째, 둘째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얘가 난리가 났어."
아침부터 또 무슨 난리인가... M사 뮤직앱에서 아이브 어쩌고 저쩌고를 오늘 아침 10시부터 판매한단다.
'도둑이다!'
"가격은?"
"3만 5천 원."
"돈은 있어?"
"없어."
"없으면 못 사는 거지 왜 그러고 있어?"
"내 계좌에 있잖아."
"그 돈은 아빠한테 물어봐."
5만 원부터 돈이라고 생각하던 아이는 이제 좀 컸다고 다꾸샵(다이어리 꾸미기 샵)에서 파는 하나에 5천 원 하던 마스킹테이프를 보고는, 다이소에서는 3천 원에 열개도 살 수 있다며 이제는 바구니에 넣지 않는다.
덕질은 또 다른 영역이다. A를 사러 가서 A가 없으면, 꼭 예상에 없던 B를 사고는 얼마뒤에 돈이 생기면 A를 사고야 만다. 어차피 다 가져야 하는 거다. 그래서 저번 앨범이 나왔을 때는 큰맘 먹고 새는 돈을 막고자 앨범 4종을 우선예약해서 사주었다. 그랬더니 한참뒤에 또 다른 형태의 앨범을 구매하더라. 노래를 들으려고 사는 앨범이 아닌것은 진작 알았지만, 또 다른 포토카드를 얻겠다고 그러고 있으니 저 아이에게 어떻게 깨달음을 줘야 하는 건가 생각이 많았다. 내가 용돈을 안 주더라도 명절, 어린이날, 생일이라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용돈으로 1년쯤은 버틸 수 있다. 그나마 그 용돈 받기 전에 쪼들리는 마음을 겪어보고, 자기돈으로 구매하면서 양을 택할 건인지, 질을 택할 것인지, 저가를 택할 것인지 경험하면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판매가 시작된다는 열 시가 한참 지났고, 우리 집 도둑에게 잘 참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면 좋으련만.
"저번에 엄마가 앨범 4종 예약해서 사준건 몇 집 앨범이야?"
"미니.. 뭐더라 모르겠네."
"야!!! 너 팬 맞아? 어떻게 그걸 몰라?"
들인 돈이 얼만대 학원에서 뭘 배운 거냐고 따지는 엄마랑 뭐가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