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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Jul 13. 2022

첫 이직을 꿈꾸다, 여행사로

지루한 회사생활에 대한 활력소로 선택한 야간대학교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 회사에서 정년퇴직까지 다니며 뼈를 묻어야지!'


길고 긴 인생에서 19살의 나이에 첫 입사한 회사를,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평생 다니겠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회사 내에서 교육 담당인데, 교육 진행할 때 재미있어서 다니고 있어"

"호텔 총괄로 일하고 있는데, 힘들긴 한데 나한테 맞는 거 같긴 해"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의 눈빛에서 많은 것이 보이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을 보니 꽤나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회사에서 한 번이라도 즐거운 적이 있었던가


사람과 대화하기 좋아하고, 팀원들과 합을 맞춰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으나

누군가 나에게 '네가 하는 일은 어때? 너는 그게 잘 맞아? 재미있어?'라고 묻는다면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주일, 7일이라는 시간에서 5일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써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회사에서의 시간이 점점 더 버틸 수 없어졌고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내가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지?

시간이 날 때마다 메모장에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하여 끄적여보기 시작했다


-사람과 대화하기

-맛집 찾아다니기

-여행 일정 계획하기

-놀러 다니고 쇼핑하기

-새로운 것에 대해서 정보 조사하기

-꼼꼼하게 메모하기

-멀티 가능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니, 사람과 만나는 직업을 택하는 게 좋을까?

계속 사무실에만 앉아있었으니 몸을 움직이는 곳으로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양한 직업에 대해 검색하고, 생각하고 고민했으나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생각나는 것도 전혀 없는 자신에 대해 약간은 좌절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최악이야'


시간이 그냥저냥 흘러가던 어느 날,

퇴근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던 때였다.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여행사 오퍼레이터는 다양한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해요

고객과 컨택하며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일정도 계획해주며..."


오퍼레이터?

여행 일정을 계획하면서 돈을 벌 수가 있다고?

내가 여행상품도 개발하고, 추천하고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고객응대도 많이 해보았으니 여행사가 나에게 적합한 직업이 아닐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추진력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었고,

그 이후부터 여행사 오퍼레이터에 대하여 검색하고 알아보며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권할 수 있는 CRS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RS자격증을 따야겠는데?'


대표적으로 대한항공 시스템인 토파스와, 아시아나 시스템인 아바쿠스가 있는데

토파스가 활용도 높다는 말에 바로 명동 쪽 교육장으로 등록했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국가코드와 항공사 코드를 외우고,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하며

발행하는 연습을 해보는데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항공사 홈페이지나,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던 항공권이 이런 과정을 통해 발권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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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회사에서 일하며 느껴보지 못하였던 설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나갔고

키보드를 치는 하나하나의 행동이 너무나 의미 있는 것으로 느껴져서 벌써부터 성취감이 피어올랐다.


대학교 과정도 좋은 학점으로 마무리하였고,

항공 발권 교육도 성공적으로 수료하였다.


조금 더 자격증을 공부하고 여행사 취업을 도전해볼까 했지만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실전에서 부딪히며 익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본적인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실전뿐!

여행사 오퍼레이터로 취업을 하려면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1개만 남았다.


19세의 입사,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내 나이 24살

6년 차가 되기까지 울고 웃고, 일을 배우다양한 사람을 만나왔던 나의 첫 번째 직장

이제는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교수님은 나를 말리고,

친구들은 걱정하고,

부모님까지 반대하는 일이지만,

이미 내 마음은 돌이킬 수가 없다.


살면서 심장이 뛰는 일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저, 이제 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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