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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Jul 21. 2021

어린 나이에 고객을 만난다는 것

딩-동


"감사합니다 32번 고객님! 5번 창구에서 모시겠습니다!"


업무처리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앞에만 바라보는 사람들

우렁찬 목소리로 32번 고객을 찾는 앳된 얼굴의 창구 텔러


바로 나였다.


연수소 교육을 마치고 부서 배치 면담을 할 때 너무 방긋방긋 웃었던 이유였을까


다양한 업무처리를 위해 고객이 방문하는 고객 플라자,

창구에서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텔러 업무로 부서를 배치받게 된 것이다.


보험료 납입부터 대출업무, 사고보험금 접수, 연금 신청,

보안카드 발급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였지만


날 제일 힘들게 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엄청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대학은 가야지~


이틀에 한 번은 받았던 이 질문.


업무처리를 하러 온 고객의 눈에 보기에 

창구에 앉아서 어른인 척하는 이 아이가 얼마나 어려 보였을까.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한마디 씩 건네고 싶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이 질문을 받으면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그저 멋쩍게 웃으며 

얼굴이 벌게져서 고개를 숙이곤 했다. 


그때의 나는 너무도 어렸고, 경험이 적었기에

고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도 크게 다가왔는데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짓이다.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 거다.


"좀 일찍 사회생활 해보려구요~ 공부는 나중에 할 생각이고요" 

싱긋 웃으며 가볍게 넘기면 되었을 상황인데 무엇이 그렇게 싫었던 것일까. 


사람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나아가는 길이 제각각인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무조건 대학을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처럼 일 하다가 본인이 배우고 싶은 게 있을 때 다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지금의 내가 얼굴이 벌게지던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손을 잡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건 죄가 아니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직장생활이 싫었고, 숨기고 싶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다양한 업무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고 

또래 친구들보다 많은 사회경험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남들은 공부할 때 일하고 있을 많은 친구들이

어린 시절의 나처럼 남들의 시선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지랖 부리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그저 싱긋 웃으며 가볍게 지나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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