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나는, 1주일에 만원씩 용돈을 받았다.
교통비와 통신비 그리고 책값은 제외하고 말이다.
친구들과 먹는 떡볶이, 간식비 내가 덕질하던 가수의 앨범 외에 쓸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한 달에 4만 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고 월급을 받게 되면 금방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한 달에 20만 원만 쓰고 다 모을 수 있겠는데!?'
말도 안 되는 부푼 꿈을 꾸며 돈을 많이 모으면 집부터 사야지 하고 설레었던 거 같다.
그 당시 열심히 읽었던 책 중 하나는 [대한민국 20대, 내집마련에 미쳐라] 였다.
일도 안 하고 연수소에서 교육만 받았는데
용돈의 거의 20배가 넘는 설보너스가 통장에 입금되는 순간 가슴이 쿵쾅 거렸다.
내가 일해서 번 소중한 돈이니깐 아껴 써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지만,
월급에 여름 휴가비, 명절 떡값, 연말 보너스가 때 되면 통장에 탁탁 알아서 들어오니
점점 돈에 대한 감동이 사라지고, 무감각해져만 갔다.
꽤 큰 금액의 연말 보너스가 통장에 입금 되면, 통장에 찍힌 것을 보고 기쁨은 잠시,
1번 고객을 호출하여 업무처리를 하고 나면 퇴사하고싶다 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돈에 대한 소중함은 줄어가고, 스트레스만 날로날로 커지다보니
필요한 것이 아니어도 눈에 띄면 지름신이 내려왔고, 약속자리만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곳에 많이도 쓴 거 같아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보니
지금 연락도 하지 않는 동생들, 지인들 술 사고 다음 날 해장국까지 산 것
별로 안 친한 사이인데도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모든 경조사에 함께 한 것
스트레스받으면 쇼핑하러 가서 팡팡팡 지른 것
술친구들은 술을 안 마시니 점점 멀어졌고, 굳이 모든 사람의 경조사는 챙길 필요가 없었다.
30대가 되니 알게 되는 이 사실들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지금은 사고 싶어도,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몇번 생각하게 되고
경조사는 정말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만 챙기고 있다.
어릴 때 나의 소비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이 마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훨~씬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어린 나이에 국내 및 해외 많은 곳을 친구들과 여행 다니고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사용한 돈은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내가 즐거웠다면 된 것일까.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너무 안 쓰는 것도 좋지않고 적당히 쓰며 미래의 나를 위해 일부는 모으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