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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Apr 01. 2022

약 덜 먹고 산다

상담 주기가 2주에서 4주로 늘어나고,

약 구성이 바뀌고, 양이 바뀌더니

마침내 졸업을 했습니다

약 없이도 잘 살 것 같았습니다


한 달이나 지났을까

언제는 감정이 무뎌져서 문제더니

이제는 감정이 주체가 안됩니다

자꾸 화가 나고 나쁜 생각이 들어

결국 다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그러고 또 일 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다시 약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온하게 사는 것 같고

잘 웃고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이번에 졸업해도 또 한 달만에

다시 입학해야 되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중학교 거쳤으니

다음엔 고등학교입니다


몇 학년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봐서는 잘 지냅니다


기저귀 차고 쫑알쫑알

혀짤배기 소리 하고

이리 꿍 저리 꿍 하던 사촌동생이

내일 결혼을 합니다


기억 속 동생의 어린 모습이

갑자기 딸처럼 느껴져서 놀랍니다

친구들 만나면 모두 어릴 때로 돌아가는데

동생은 그렇지 않아서 놀랍니다


한참 안 봐서 서먹한 동생

드레스 입은 모습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도 내 딸 키워서 보낼 때쯤

총 한 자루 사려고 했는데

내일 보면 그냥 남의 일일까요

내 일 같을까요


나도 이거 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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