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하고 실행해가면서 나의 선택에 대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기를 바랐지만 그게 욕심이었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 상황들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조언이라며 늘어놓는 설교 정도는 여유롭게 흘려들을 줄 알게 됐다.
결혼을 한지 일 년도 채 안 됐지만 그 사이에 자녀계획에 대해 훈계 아닌 훈계를 듣기도 했다. '아이 가질 생각 있으면 빨리 가져야 돼. 늙어서까지 키울 거야? 아이한테도 부모가 젊을수록 좋은 거야.'라는 답변을 듣고 나서는 '당장은 생각 없어요.'라고만 답했던 게 그렇게 후회가 된 적도 없었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아서 '네- 네-'하며 들은 체만 하고 돌아섰지만 집에 오고 나서야 괜히 남편한테 잔뜩 화가 난 마음을 쏟아냈다.
'내 인생은 안 중요해?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왜 정작 낳을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주는 거야? 이러니까 자꾸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지.'
불같이 쏘아대는 내 말에 남편은 겨우 나의 화를 진정시켜줬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남의 인생에 대한 참견을 남발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나도 그들 때문에 적잖이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그런 참견 시리즈에 그러려니 한다. 이때 장명숙 선생님은 이들의 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팁을 주셨다.
책임져 주지 않을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귀 막아!
생각해보니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도 않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괜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에 억울하기도 하다. 왜 좀 더 걸러 듣지 못했을까. 도대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왜 남의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걸까. 격려는 해주지도 못할 망정.
여러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준 것처럼 내가 하는 말과 행동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게 됐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내 나름의 처세술도 생겼다.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일만 아니라면 어떤 선택이든 무조건 존중해주자.
선택에 따르는 몫을 나와 나누지 않는 한 나는 그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음은 분명하다.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런 결심을 했다는 것 자체에 격려를 보내는 것이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최선의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힐수록 내 안에 숨어있는 필터들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양쪽 귀와 머릿속 사이에 있는 필터는 귀담아들을 말과 그럴 필요가 없는 말을 분류해주고, 머릿속과 입 사이에 자리한 필터에서는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을 구분해준다.
이런 필터들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기도 하고 나로부터 나오는 힘을 조절해주는 역할도 한다. 만약 그런 필터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삶에 지치고 사람에 지쳤을 것이다. A/S는 셀프라는 점에서 관리가 힘들겠지만 나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숙제나 다름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