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나의 학업과 커리어를 요약해보면...
식품영양학 학사 전공
식음료 회사의 품질보증팀에서 3년 6개월 근무 > 대학원 진학을 위해 퇴사
UX/UI 디자인 석사 전공
IT 회사의 UX 리서치팀에서 6개월 계약직 근무
40번째 지원했던 회사의 정규직 최종 합격
지금에서야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새로운 분야로 석사를 전공하고 해당 분야에서 취업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나름 늦기 전에 커리어를 바꾸고 싶어서 도전한 일이었지만 특히 취업 중에 겪는 허들은 정말 높았다.
면접 중에 받는 질문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석사 전공이 학사 전공과는 다르네요? 왜 바꾸게 되었죠? 이전 직장 생활을 3년 넘게 하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죠? 그 경험이 지원하신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될 것 같나요?" 나름 진심을 담아서 나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도 많은 경우 크게 관심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 관심을 보이고 대단하게 여기는 것 같더라도 결과는 탈락. 무엇이 잘못된 걸까? 늘 생각했다.
20번째.. 30번째..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점점 지쳐갔다.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나의 지난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직장을 계속 다니면 어땠을까?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나의 선택을 지지해 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아둔 목돈은 계속 줄어들고, 연구실에서 매달 받는 장학금으로 대출 원리금, 생활비 등 고정비용을 겨우 충당하면서 더더욱 그랬다. 생각이 계속 부정적으로 가다가도 다행히 극으로 치닫진 않았다. 지금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 뭐라도 되겠지.
그렇게 헤매던 중 뜻밖의 합격으로 IT회사의 UX 리서치팀에서 계약직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디자인'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시각적인 산출물을 내는 일보다는 목적에 맞게 리서치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일에 내가 강점이 있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가 돼서야 뒤늦게 리서치 업계에 대해 관심을 두고, 나를 어필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경험을 재정리해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리처시 회사에 지원하면서 사전과제를 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나의 지난 히스토리를 정리해 보니 충분히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면접 과정에서는 숱하게 경험했던 이전의 모든 면접 경험이 자양분이 됨은 물론, 내가 리서치 회사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전에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봤다는 점, 주도적으로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도전을 한 점, 새로운 분야로 석사 과정에 진학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 그 성과가 리서치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유사한 직무로 계약직 근무를 해봤다는 점 등 모든 경험들이 나를 하나의 브랜드로 세워주고, 그런 모습이 합격 포인트로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았다.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와... 이렇게 풀릴 일이었다고? 참 길게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전 경험을 하나하나 돌아보니 결코 무의미한 것은 없었다.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룬다는 말을 삶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크리스찬으로서 나는 크게 깨달았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계획하신 일이었군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기억해야지.
God's plan is always worth waiting f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