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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 Apr 18. 2024

고졸 무스펙 29살이 1억을 모으고

5년간의 생각과 내 또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렇게 살지 마세요.


96년생 한국나이 29살,

대학교 중퇴.

자취 6년차, 군적금 + 입대 전후 알바로 천여 만원 들고 자취시작

부모님 지원 없음.

주식(투자) 망함.

내채공 등 국가지원 없음, 청년희망적금이 전부

요식업, 중소기업 등 실수령액 평균 200만원 초중반

이라는 소위 말하는 무스펙, 수저없이

돈을 작정하고 모은지 5년이 지나자 1억이라는 현금을 통장에서 볼 수 있었다. (2천만원은 전세 보증금...)


그리고 통장에 찍힌 돈을 보고 든 감정은 뿌듯함이나 만족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짧게 스쳤고,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들려준다면 가장 먼저 "이렇게 살지 마세요" 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1억이라는 돈을 모으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과 사건이 있었지만

이 글에선 간략하게 어떻게 모았고, 또 왜 1억을 모으고도 이렇게 살지 말라고 하는지 적어보겠다.


기타 증권자산은 CMA, 전세보증금 1억 대출 중 2천만원 내 돈이다 .






1. 1억을 모은 비법


그냥 안쓰고 모았다. 별 다른 비법이 없다.

나도 내일 채움 공제 같은 국가 지원금을 많이 받거나

투자한 주식이나 코인이 대박났다면 훨씬 편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겠지만

운이 나쁘게 근무 기간 등 여러 조건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게 없었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또, 코로나 시기부터 투자 했던 주식은 결국 몇 년간 마음고생만 하고 몇백만원 손해 보는 선에서 정리했다.


비법이랄건 없지만 믿지 못할 분들과 또 방법이 궁금한 분들이 있을까봐 간략한 일화를 풀자면,


#1

몇 년 전에는 수입 대비 카드 사용 비중이 25%를 넘지 않아 연말 정산 자체를 신청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물론 중고거래, 현금, 더치페이 등으로 소비 추적이 덜 됐던 것들도 있겠지만, 수입도 적던 나에게 25% 미만 소비는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이러한 조건이 있는지 또한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2

지난 5년 중 단 한번, 현재 직무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실 수령액 165만원 중 100만원을 그대로 통장에 저금했었다. 당연히 어떠한 불법적인 근무나 수입 없이.

실업 급여를 받는 시기에 개별적으로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매 평일 점심 마다 라면으로 떼우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라면먹는 영상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렸었다.

덕분에 식비도 줄이고, 약속 잡을 시간까지 없어서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하나씩 짚어보면 돈을 아끼기 위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너무 구질구질한 인생 모음집이 될 것 같아서 이 글에는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물론 모든날, 모든순간을 저렇게 그지같이 산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빌붙거나 피해를 끼치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사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참거나 줄였기 때문에 모을 수 있었다.





2. 그럼 왜 이렇게 살지 말래?


너무 힘들었다.

나에겐 돈을 모으는 것 외에 결혼이나 자가마련 등 다른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과하게 아끼다 보니

돈을 아끼고 모으는 만족감 보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지” 라는 비참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럴 때 보통 “나를 위한 선물” 이라며 맛있는걸 먹거나 사고 싶은 걸 사곤 하지만

이게 끔찍한 마케팅 용어임을 인식한 이후로 보복소비와 같은 생각이 들 때면 그냥 참았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이 지나가고 월급날도 한참 지나 특별하지 않은 아무 날

그동안 먹고싶던 음식이 할인중 이라면 그 때 지갑을 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는데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할인하지 않을 때 혼자 사 먹거나,

갖고싶은 비싼 물건을 중고 거래나 할인 시즌이 아닌 상품으로 사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새로 사야한다면 갖고싶은 욕구 보다 가격이나 기능을 타협해서 구매 했었다.


또 학벌이나 경력 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던 내가 돈만 모으면서

“쌓이는 잔고가 내 유일한 가치” 라고 느꼈을 때가 가장 위험 했었다.

코로나가 끝날 무렵 잘못된 투자로 주식이 계속 떨어지던 1년간은

내가 꾸준히 저축 하던 돈 만큼 주식이 빠지면서 잔고가 1년간 제자리에 머물렀었다.

가뜩이나 가진거라곤 잔고 밖에 없던 나에게 잔고마저 줄어드는걸 보니

이 때는 정말 내 자신이 “무가치한 인간”으로 느껴졌었다.


이 시기에 여러 문제들이 겹치면서 우울 및 불안증세가 생겼고,

결국 어렵게 모은 돈을 한푼도 쓰지 못하고 죽을까봐 정신과까지 짧은 기간 다녔었다.

정말 웃픈건… 정신과를 가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도 모은 돈을 쓰지 못하고 죽게 될까봐였고,

예정 기간보다 몇 주 먼저 상담을 그만둔 것도 정신과 비용이 아까워서 였다.





3.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면...


여기까지 읽고 누군가 본인의 YOLO 의 근거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워라밸 처럼 인생의 모든 것들이 밸런스가 중요하듯, 돈을 모으고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데에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 방법과 느낀점을 간략하게 아래 적겠다.


1.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계획적으로 모으자.

앞서 말했듯 돈 모으는 행위에 강박이 생길만큼 모으다 보니 돈을 덜 쓰고 남은 달이 있다면 그걸 그대로 저금 통장에 넣어버렸다.

당연히 명목은 “나중에 무언가를 사기 위한 비상금” 이었지만 적당한 소비의 중요성을 깨닫기 전까지 비상금 통장으로 들어간 돈이 생활비 통장으로 다시 나온 적은 없었다.

때문에 꼭 계획한 만큼 모으고 남는 돈이 있다면 그 달에 쓰든, 더 모아서 쓰든 아무튼 잘 소비하자.

만약 명절 보너스 등 추가적인 금액이 들어온다면 비율을 정해서 저축하고 나머진 쓰도록하자.


2. 10만원 더 모은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는다.

아, 물론 한 30만원씩 저축하던 사람이 10만원을 더 모으는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100만원 넘게 저축하는 사람이 그거 아끼고 아껴서 5만원 더 저축해봐야 저축의 보람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가장 부러운 친구들은 필요할 때 잘 쓰고, 잘 모으는 친구들이다.

학원이나 취미, 정말 필요한 물건 등 본인에게 가치있는 대상에는 인색하지 않고,

“없어서는 안될 것들 이라고 마케팅하는” 불필요한 소비에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내가 이 친구들의 잔고 까지 다 알진 못하지만…대충 계산 때려봐도 나랑 비슷하거나, 소득이 높다면 더 모았을 친구들이 종종 있다.

아무튼 당신의 스트레스 비용도 상당하니 너무 불행하게 살지는 말자는 얘기다.





4. 끝으로


나에게 1억 저축은 중요한 목표여씩 떄문에 원래 올 상반기 회고에 적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급하게 지금 글을 적는 이유는

지금 돈이 크게 나갈 일이 있을 수 있어서, 어쩌면 이렇게 큰 잔고를 보고,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결혼자금 등 좋은 일로 나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것도 아니고,

그냥 몇 년간 어렵게 모은 돈 대부분이 다시 리셋 된다고 생각하니…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돈은 없어본 사람만 더 필요하고 절실함을 알고

돈을 모아본 사람만 모을 때도 행복함을 안다.

그렇기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 다시 내 통장이 빈다고 해도 다시 돈을 모아 나가겠지만

지난 5년 처럼 아무런 목표 없이 힘들고 슬프게 모으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혹시 이제 돈을 모으고 저축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청년들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 글을 시작으로 정말 힘들었던 지난 몇 주를 정리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혹시나 그 동안의 구질구질한 20대 청년의 삶이 궁금하다면

나중에 어떻게 생활했는지 시리즈물 처럼 풀어보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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