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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린 May 14. 2023

무례한 것을 왜 솔직하다고 포장하는지 몰라

#무례함과 솔직함의 그 어느 경계선

나는 그런 말을 제일 싫어한다. “나는 말이 좀 솔직한 편이라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누구 멋대로 솔직하다고 평을 하는지 참 이해가 안갔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우리는 다 바쁘게 취업준비를 하던 중, 나는 임용고시를 앞두고 있었다. 

나, 단이 그리고 양이 우리셋은 대학4년동안 같이 동거동락했던 단짝친구였다. 그런데 취준때문에 정신없이 각자 살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하기로 했다. 


-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밥 먹는것 같다. 우리 오늘 회심탄회하게 보내고 졸업마무리 하자! 하린아! 너 요즘 임용고시하느라 고생이 많은데 이거 먹고 힘내자고! 오늘은 아무생각말고 그냥 달리자!

단이는 정말 유쾌한 사람이였다. 꿈도 소박하고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였고 무엇보다 나를 존중하고 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였다.


-하아.. 나 대학원갈가? 아님 그냥 회사에서 일할가? 나 진짜 뭐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사도 하고 싶은데 내가 가고 싶은 학교에는 이미 다른 사람 채용했고.. 걍 다 던지고 졸업하고 유학갈가?

양이는 현실적인 사람이였다. 자신의 꿈은 정말 거대하고 포부가 컸지만 그에 달리 척박한 현실에 시달리다보니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한심해보였던것 같다. 그러한 심정을 우리에게 털어놓으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는 사람이였다. 


-임용 그까짓거.. 임용 안되면 아빠가게 물려받아서 살면 되지! 아무 생각 안하고 걍 달릴래. 오늘 죽자!

나는 굉장히 현실을 떠나서 완전 이상주의파이다. 그래서 현실 따윈 신경 안쓰고 갓생 사는 사람이였다.


그러다 술이 들어간 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갑자기 양이가 말을 한다.

- 야, 하린아. 너는 그 임용 합격이 된다고 생각하는거 아니지? 나는 그냥 니가 주제를 알았으면 해서 말하는데 정상인들도 붙기 어려운게 임용인데 설마 너는 안 그럴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생각 버렸으면 좋겠어. 솔직히 들리지도 않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 사람을 누가 뽑겠니? 뽑는다 해도 어느 학교에 발령받아도 넌 그냥 잡일만 하고 퇴직할수도 있어. 나는 진짜 너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한거니까 상처받지는 말아. 왜냐 너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 이 돌아가는 사회를 너무 몰라.


잠시 몇 초간은 멍했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여전히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하고 조언아닌 조언같은 악담을 붓는 양이에게 단이는 그에게 불편한 반응들이 하나둘씩 얘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스스로의 미숙함, 편협함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의 솔직함을 피력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각자 졸업을 하고 단이는 결혼하고 고등학교 선생님으로서 지내고 있고 양이는 석사를 졸업하고 게임회사에 취직해서 번역일을 하고 나는 임용을 합격하고 3년 교사일을 하다가 지금은 석사논문 준비중이다. 


6년뒤 지금도 여전히 양이는 그런다. 

-하린아, 너 석사 나오면 또 다시 취직해야 하는데. 요즘 취업난이 얼마나 심한지 알지? 각오하고 졸업하라고. 난 니가 모를것 같아서 널 위해 말해주는거야. 


그때마다 나는 그런다.

-양이야. 6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하구나. 근데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무례한데 너는 스스로 솔직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나는 말이야.내가 암만 그 상황에 솔직했다고 해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솔직은 전부 무례한거라고 봐 나는


양이도 그렇고 내 바운더리에 있는 지인들도 그렇다.

너무 많다. 무례하게 말해놓고 스스로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출처: @nalda_shin(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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