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린 Aug 09. 2023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였어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


나이를 하루하루 먹으면서 주변이 더욱 신경쓰이고 주변의 시선에 더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또래 안정적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제자리인게 너무 초라하게 생각될 때가 많았고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수치스러울때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결혼보다 커리어가 중요하게 여긴 덕분에 지금까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상하게 뭔가 막연한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덧 결혼해서 안정감을 택한 친구들과 비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당황하게 되였다.

오랜만에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하고있는 친구랑 만났다.


" 친구야, 이제는 결혼도 해야지 . 만나는 사람은 없는거야? 서른되기전에 얼른 연애해서 서른 즈음에 딱 결혼해. 결혼은 현실적이긴 한데 또 살맛이 나더라고. 세상에서 제일 큰 효도는 자식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라고 하잖아. 이제는 엄마아빠 생각해서 너도 좀 노력을 해봐. 소개팅도 많이 하고..."

순간 머리가 띠용했다. 20대시절 커리어를 위해 나름 잘 지내왔고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안정된 가정 하나 꾸리지 못한 그 빈틈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번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 " 엄마아빠는 내가 결혼을 안해서 서운한적 없었어?"

 - "서운은 늘 하지. 아빠친구들은 손주가 벌써 초등학생이야. 근데 뭐 어쩌겠어. 그냥 받아들여야지. 우리가 강요한다고 니가 곧이곧대로 들을 애도 아니고.. 근데 너 박사 졸업전까지는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아빠가 매일 그러더라"

 - " 아 ㅋㅋㅋ 미치겠네.. 근데 연애에 관심이 없는걸 보니 나는 아직 연구가 좋더라 "

 - " 그니까 무슨 여자가 연애에 관심이 없고 공부에만 관심있으니까 속터진다. 어릴때는 공부잘한다고 자식 잘 키웠네 하면서 아빠랑 얘기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무슨 애가 공부에만 관심있냐 하면서 서로 잘못 키운 탓이라고 그런다. 하하하하하하. 그냥 엄마아빠얘기는 재미있게 듣고 너는 너가 할일을 잘하면 되. 결혼이야 뭐 때가 되면 하겠지...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 " 급한것은 내가 아니라 엄마아빠인것 같은....."

 -  " 아빠가 그런다. 가끔 부부모임가면 다들  다 자식 결혼하고 손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아빠 혼자 외톨이된 느낌이라고. 하하하하하"

 - "아빠 기죽겠는데 ㅋㅋㅋㅋ"

 - " 기죽는 것보다 대화가 안되지. 근데 아빠친구들은 또 아빠가 부럽다네. 그니까 서로가 서로를 부러운거야ㅋㅋㅋㅋ"

그날 통화는 웃으면서 마무리 했지만 한편으론 나도 모르게 기분이 묘해진다.


남과 비교하며 불안했던 것이 어쩌면 남들의 시선과 나의 평판보다 부모님께서 당연히 가져줘야 하는 부분이 지금 하지 못했던 것이였다.

그냥 나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커리어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그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것은

내가 가족이라는 안정감안에서 편하게 사는 모습을 바랬다는 모습이 전에도 이해했지만

최근에서야 체감적으로 느꼈다.


서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늘 결혼에 관련된 얘기를 안해서 전혀 관심이 없구나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나만의 착각이였던 것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늘 나를 존중하면서 나를 기다려주는 부모님이였다는 게 너무 든든하고 좋았다.


덕분에 이따금씩 비교하거나 불안해지는 마음이 들때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 보게 된다.  

나를 어여쁘게 키워주고 사랑이란 안정감을 채워주는 우리 부모님의 항상 하던 그 말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서로 거주하는 지역이 시차때문에 텀이 있지만 오늘도 우리 가족톡방은 뜨겁다.

"우리 딸내미, 겉모습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언제나 너의 참된 가치를 인정하는 주님의 시선에  네 마음을 두길 축복한다.오늘도 사랑해!"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나"라는 가치를 잊지 않고 열심히 제 갈길 가련다.

연애, 결혼 그깟 안한게 뭐라고.. 하면서 자기 스스로 위안삼으며 하루를 보낸다.

.

.

.

.

근데 외로운것은 어쩔수 없네….




작가의 이전글 사람관계가 피상적이라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