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업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심리치료보고서를 작성하려는 그 무렵
한통의 메시지가 울렸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오늘 시간 되면 한번 만날래?"
10년 동안 친하게 지내다가 잦은 오해와 갈등으로 절교를 했던 친구의 메시지였다.
학부 신입시절에 만나, 졸업까지 함께 하였고 함께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의지하고
그만큼 나에게 너무 특별했던 친구였지만 성향이 달라서 사이를 삐끗했던 시기도 있었고
내가 지쳐 힘이 들 때면 제일 먼저 가장 위로가 돼준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를 주는 사이가 되었기에 그런 친구와 절교를 한지는 작년 11월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관계를 정리하는데 꽤나 마음이 아팠지만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그러다 점점 잊혀지고 나는 나의 세상에서 새로운 대인관계 맺고 새로운 관계영역을 넓혀져 갔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 그 무렵 이 친구의 메시지를 받으니 반가움 반 , 경계심 반이었다.
나는 호기심 자극추구가 높은 편이라 또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어서 이 만남을 허락하고 퇴근 후 약속의 장소로 갔다.
저 멀리 테이블에 앉아서 묵묵히 기다리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라는 안부인사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맛있는 멕시코음식을 먹으며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털어놓긴 했지만 그 친구는 나에게 쌓였던 서운함, 분노, 억울함이 많았었는지 나에 대한 속상함과 내 성품에 대한 지적, 온갖 비난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대학시절 때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에게 나의 안 좋은 구설구들이 퍼져갔다는 말을 알려주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묵묵히 경청하고 내 모습이 너무 이해가 안 되었는지 그 친구는 한마디를 했었다.
“넌 왜 가만있는거야? 화도 안 나? 지금 이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거야? ”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큰 타격은 없었다. 예전 같으면 급발진하고 구설구를 퍼뜨린 그 동료를 찾아가 한 소리 하고 싶었을 나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차분하고 담담했다. 나도 나의 이런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나는 그 친구가 8개월 동안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거나 일을 열심히 해서 큰 성취감을 얻을 줄 알았는데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나의 이름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흉을 봤다는 게 너무 의외였다.
이렇게 그 구설구를 퍼뜨린 동료의 새로운 인격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과 나와 그 친구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대화하면서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많은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그 동료가 없더라면 나와 그 친구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동료는 나보다 가진 게 많고 S대 박사과정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를 이렇게 흉을 보고 다닐까?
오랜만에 절교했던 친구를 만나면서
서로 믿음을 쌓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 때론 시간과 비례하진 않지만
가끔은 나에게 상처가 주던 친구들과 거리를 두어야
나는 비로소 더 건강하고 더 긍정적 환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흉보고 있을 시간에 나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스스로가 더욱 애틋해졌다. 즉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건강히 지켜내면서 애틋함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강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