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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n Sep 14. 2024

보잘것없지만 그렇다고 하찮지 않은 것

나는 그 무엇가를 선택하기에 앞서 항상 생각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과연 이 선택이 나에게는 가치가 있을까?" 

"열심히 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생길 경우 나는 후회를 안 할 자신이 있는가?" 

실은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무모한 선택으로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일과 공부, 그리고 선택을 하기에 앞서 빼먹지 않고 그 질문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가 유일하게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지만 그렇다고 나에게는 하찮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뭘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바로 답을 하지 못한다. 그만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질문이기도 하고 종교의 영향 덕분인지 내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가 그분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새겨서 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비칠지 나는 전혀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어떤 습관이나 선택들이 남들에게 실속 없거나 타당성이 없는 일인지 내가 모를 수도 있겠다.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내가 과연 실속 없지만 나를 위한 나의 일이 있을까? 쓸데없는 짓 같지만 결국은 쓸데없는 짓이 아닌 것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매일매일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거? 성경구절을 필사하는 거?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거? 악보를 편곡하는 거?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새로운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나의 새로운 시작, 새로운 컨디션을 맞이하는 나만의 습관 중의 하나이다. 그날 입은 옷은 그날에 가지고 있던 컨디션을 남아 있다는 관념이 있는 저인지라 똑같은 옷을 1일 이상 연속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당일에 입는 옷은 무조건 저녁이 되면 빨래통으로 들어간다. 세탁기에 돌아가는 나의 옷들 보면서 마치 나의 힘들고 고된 하루를 벗어던지는 듯이 나를 위한 사소한 안위이기도 하다.

                   

성경구절을 필사하는 것은 내 신앙이 독실하다기보다는 나의 손글씨가 맘에 들어서 시작했었고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엄마의 손글씨를 빼닮아 통통한 나의 손글씨를 보면서 악필이 아니라서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나만의 필사체를 보면서 세상 하나뿐인 나의 흔적이 남기는 것 같아 특별하게 느낀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큐티와 깊은 묵상으로 영적의 자양분을 충전하는 것 나를 발견하게 돼서 이 습관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기억력이 안 좋은 나에게 엄청 도움 되는 부분이다. 나는 아주 강한 인상적인 일이나 사건들이 아닌 이상 머리에 잘 담아두지를 않는 편이다. 그래서 내 세상에서 별 큰일이 아닌 이상 바로바로 잊어버리는 편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친구나 상사들이 불만스러운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미워할 때도 나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일기로 감정풀이하기도 한다. 나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그게 어느새 수필이 되고 에세이가 되면서 가끔은 브런치에 올리는 나를 발견한다.


악보를 편곡한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고등학생 때 피아노예대입시를 앞두기까지 계속 피아노만 몰입하고 준비하다가 나의 청력 수준으로는 예대가 힘들 거라는 말을 듣고 그만두었지만 아마추어로 악보를 편곡하는 게 너무 짜릿하고 나의 손가락으로 음악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1번씩 새로운 악보를 나만의 편곡으로 커버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한 달에 한 곡씩 나만의 반주법을 연구하는 편이다. 전문적인 사람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딸릴 수 있지만 아마추어인 내가 이걸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 덕분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적다 보니 실속 없지만 나를 위한 나의 일이 꽤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만의 데드라인을 가지고 그것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 또 다른 행복을 채워줄 수 있는 한 부분이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있어서 그 시간이 주는 축복을 찬양하고 싶다. 모든 게 실속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일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귀한 도전임을 깨닫고 힘을 내는 오늘이 되기를 응원하게 된다.


보잘것없지만 그렇다고 하찮지 않은 것,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 나도 그렇고 그대도 그렇다. 그래서 주변의 신경 따윈 쓰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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