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깡은 "구멍"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균열이라고도, 간극이라고도 말해지지요. 그렇다면 구멍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아픔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요. 인생은 그처럼 고달픕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아픔은 그렇게 일상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하지만 무의식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은 그 아픔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소리쳐 애도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렇게 일상을 살면서 의식에 의해 잊혀진 아픔은 구멍이 되어 내 삶에 다시 출현합니다. 그것이 증상입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애잔하고 찌릿해서 잊어버리려했던, 그래서 의미도 부여하지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사건, 혹은 기억은 다시금 "구멍"이 되어 내 앞에 출현합니다. 왜 구멍이냐면 의식에서 지워버려 기억나지 않는 삶의 순간들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인생의 구멍인 셈입니다.
정신분석은 구멍의 사건을 다시 기억나게끔 합니다. 무의식은 언어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침묵하는 분석가 앞에서 말하기를 하다보면 자유연상에 의해 구멍의 사건이 다시 기억나게 됩니다.
다시 기억난 구멍의 사건들은 애도되어야 합니다. 그 사건과 잘 작별할 수 있다면, 삶은 다시 새로운 의미의 순간들로 열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