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에서 하선을 못하다
파티와 전혀 상관이 없는 우리들 탓이었을까? 미코노스(Mykonos)에서 하선을 못한다는 안내 방송. 파도가 너무 심하단다. 배를 바다 가운데 세우고 작은 보트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미코노스. 작은 보트들이 파도 때문에 크루즈까지 올 수 없다는 설명. 꼼짝없이 이틀을 다시 바다에 떠 있어야만 마지막 하선장인 아테네에 도착할 수 있다.
미코노스는 리틀 베니스라고 불릴 만큼 예쁘게 생겼단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해안을 따라 도열해 있고 또 한쪽엔 풍차들이 있어 풍차마을로도 불린다는 곳. 산토리니를 출발하며 먼바다에서 까치놀이 하얗게 일더니, 아마 파도가 많이 센가 보다.
발코니에서 배 아래를 내려다보니 파도가 꽤 세게 부딪친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뱃멀미 같은 것도 있다. 꼼작 없이 배에 갇혔다. 갑자기 답답해진다. 각방에 전화를 걸어 배 가운데 카페의 한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한판 벌리자’는 의견 통합. 앤 네가 가져온 화투가 진가를 발휘할 때다. 방에 잘 모셔져 있던 위스키도 들고 나온다. 카페에서 피자 몇 조각받아 들고, 판을 깐다. 크루즈 도서관에서 빌려온 칩을 사이좋게 나누고, 순서를 정하고, 판을 돌리며 이야기 꽃이 핀다. 떠뜰석한 우리들의 모습. 옆을 보니 다른 이들도 카드나 게임판을 돌린다. 두어 시간은 금세 지났고, 파도 때문에 쑈도 못한다고 하니. 혹시 수영장은 열었을까 가보았지만 거기도 줄을 치고 출입금지다. 파도가 많이 센 탓이리라. 갈 데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식당 칸으로 올라간다. 식당도 그야말로 만원이다. 먹고 또 먹고.
하루쯤 지나자 파도는 제법 잔잔해졌다. 다시 잔잔한 물결로 돌아와 배는 가볍게 흔들린다. 아직 도착할 아테네는 24시간 이상이 남았다. 배의 중앙부에서는 댄스파티와 영화 감상. 수영 등이 다시 시작되며 떠들썩하다. 미코노스에서 펼치지 못했던 파티를 이곳 선상에서 다 할 모양이다. 떠들썩함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니스의 항구인 라베나를 출발해 아테네에 도착하는 크루즈 7박 8일간의 일정 중, 겨우 3곳만 볼 수 있었다. 산토리니를 가기 위해 탔던 크루즈. 우리들 중 여럿은 컨디션이 시원치 않아 억지로라도 쉬어야 했던, 바다에 떠있었던 시간들. 덕택에 몸 컨디션은 나아졌지만 기항지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아드리아해와 지중해에 남겨 둔 미련, 다시 또 와 볼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될까? 아쉬움은 먼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