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익숙해진 것

4. 마이너카드 Cup, Four of Cups

by 김슈기

40. 익숙해진 것


keyword :

태만, 요지부동한, 권태기, 움직임이 없는, 지금도 만족하는, 생각하는.

편안함, 반복함, 수동적인, 오래된 친구


처음엔 너무 신선하고 기뻤을 것이다.

두 번째도 감사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고맙지만..

네 번째는 조금 질릴 수도 있다.


물론 만족해서 그럴 수 있지만

익숙해진다는 것은

반복과 반복의 반복으로 어쩌면 태만한, 어쩌면 권태로운 감정이

생길 수 있는 그런 감정인 것 같다.

처음 우리나라에 나가사끼 짬뽕 라면이 나왔을 때

하얀 국물이 매콤하고 얼큰하고 이렇게 맛있을 수 있어?

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는 그 맛이 나지 않았고

세 번째는 조금 질렸고

네 번째는 손 이 가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익숙하다는 건

이미 그만큼 깊은 무언가를 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 둘, 셋, 넷

하나씩 쌓아 오며 생긴 익숙한 마음이

신뢰의 마음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국민 라면 신라면처럼 말이다.

요즘은 라면의 종류도 많고

정말로 기호식품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라면 하면 생각나는 건 신라면이 아닐까 싶다

신라면은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의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 같은 것 아닐까 싶다.

"이건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이야"

라는 신뢰 말이다


이제는 조금은 수동적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많이 닮아 있는 신라면은

상상만 해도 매콤한 국물 맛이 생각나 침샘이 흐르고

우리의 라면 인생에 지금도 만족감을 주고 있다.


약간을 열정적이고,

화끈하며

동그랗고 한 손만 한 작은 라면이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작지만 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단기간에 끓여

끝까지 매콤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로 우리나라 정서와 닮아있다.

오래된 친구 같기도 한 신라면

물론 가끔은 다른 라면이 더 당겨

다른 친구를 만남을 조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신라면은


요지부동한 1등 라면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익숙해진 신라면의 감사함도

항상 같은 마음은 익숙함에 같지 않지만

익숙한 맛에 찾게 되는

아이러니


익숙해진다는 건

마치 신라면을 먹는 것과도 같은 것 같다.

익숙해서 찾지만,

익숙해서 감사하지 않은 마음


가끔은 돌아보면서

감격스러웠던 첫맛을 그리기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라면이 진열된 라면장에서

익숙한 듯 양은냄비와 신라면을 꺼내어

가스불을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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