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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은달 Mar 15. 2023

#9. 녹지 않는 마음


환경 다큐를 보다 보면 종종 이상기후 때문에 형편없이 녹아버린 북극이 등장한다. 한때는 대륙이었던 얼음조각들이 무상히 바다 위를 떠다닌다. 그 많던 빙하들은 조각나고 또 조각나 얼음이었던 과거는 모두 잊은 채 하나의 바다가 된다.


사람들은 내가 융통성이 없다고 한다. 어디로든 흘러가는 물처럼, 작은 틈 사이도 스미는 물처럼 그렇게 유들유들하게 살 수는 없냐고 한다. 나는 그런 핀잔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내 인생은 뻣뻣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유연함의 장점에 동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하릴없이 바다 위를 표류하는 빙하를 보면 그게 꼭 내 인생 같다. 나는 부서지고 싶지 않다. 물이 되고 싶지도 않다. 비록 꽃 한 송이 피지 않을지라도 나는 나만의 덩어리가 되고 싶다.


어느새 봄이 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은 녹고,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다. 만물이 태양의 온기에 느물 느물 그 형체를 잃어가는 계절이 오고 있다. 나 하나쯤은 녹지 않고 꿋꿋 내 모양을 지켜도 괜찮지 않을까? 어디로도 쉽게 흘러가지 않고 어지간한 틈바구니에는 스며들지 않는 사람으로 남는다고 해가 될까? 미련한 강골이다. 부모님 말씀마따나 말을 더럽게도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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