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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은달 Mar 29. 2023

엑시트


일신상의 이유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정신력의 고갈 같은 것이다.


코로나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회식이 잦아졌다. 혼자만의 시간이 극도로 부족했고 회식자리마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것과 2차, 3차까지 남지 않는 것으로 눈총을 샀다.


업무상의 과오로 과장님께 머리를 조아릴 일이 있었다. 아직도 실수를 하는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성장을 방해하고 마음의 평안을 갉아먹는다.


회사에 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도망칠 곳은 좁은 화장실칸의 변기 위 뿐이다. 도망갈까? 싸울까?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다.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으면서 개선되길 바라는 건 산고 없이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지금 내 눈앞에서 닫힌 문만 문은 아니다. 울고 불고 발버둥 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찾아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수 있는 구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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