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야채를 곁들인 후무스와 부어스트 샌드위치
외식을 하지 않는 편인 우리 부부는 매일 맛집을 찾아 헤맨다.
무슨 말이냐고?
웬만해서는 외식을 하지 않으니까 어쩌다 한번 하는 외식에 진짜 진심을 다해 맛있는 걸 먹고 싶기 때문이다. 메뉴가 어떤 것이든 중요치 않은데 흡족하게 맛있는 것, 매겨진 가격을 지불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 오전에는 주로 러닝을 하고 카페를 가거나 주말 아침에도 일찍 여는 브런치 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늘 가던 집을 가는 것도 좋지만 또 새로운 집도 가봐야 하니까 외식을 하려는 날에는 둘 다 서로 맛있을 것 같은 집을 열심히 찾아본다.
우리가 좋아하는 서촌의 샌드위치 집을 놔두고 새로운 브런치 집을 한 곳쯤 또 가보고 싶은 참이었다. 열심히 찾다가 오래전 내가 가보고 싶어 저장해 둔 집을 찾았는데 그 집의 메뉴 사진을 보다 보니 '어?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거다.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겠지만 웬만한 재료는 다 집에 있으니 남편과 나의 방식대로 해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또 시작되어 버린 홈메이드 브런치 대작전. 이렇게 외식 계획이 좌초되는 일이 우리 집에선 아주 허다하다.
나는 구운 야채를 곁들인 후무스 샐러드를, 남편은 부어스트 샌드위치를 맡기로 했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한 두 사람만의 레시피 북을 만들기로 계획하고 적으려니 너무 간단해서 민망하지만 의외로 결과물은 너무나 훌륭했으니 소중히 잘 적어두기로 한다.
- 구운 야채를 곁들인 후무스 샐러드
후무스 1 스쿱 (직접 만든 것도, 산 것도 오케이. 나는 이번엔 산 것을 썼지만 사실 직접 병아리콩을 불려 만든 쪽이 훨씬 맛있다.)
올리브유 잔뜩 (중요한 것은 올리브유를 아끼지 않는 것. 사실 그간은 올리브유를 찔끔 넣어먹었는데 브런치 집 메뉴 사진을 보니 정말 올리브오일을 아끼지 않고 펑펑 부었더라. 나는 리우데미오 프레스코발디를 펑펑....)
내가 먹고 싶은 야채 (혹은 냉장고가 허락하는 야채. 나는 집에 있던 토마토와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트를 구웠다.)
허브( 브런치 집은 딜을 썼지만 우리 집 냉장고엔 로즈마리가 있어서 나는 로즈마리로)
사실 만드는 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내가 원하는 만큼 야채를 구우면 된다. 야채가 노릇노릇 원하는 만큼 구워지면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하기. 구우면서 로즈마리도 휙휙 던져 넣었다. 오목한 접시에 후무스를 놓는데 후무스도 마치 오목한 볼처럼 가운데를 좀 파서 동그랗게 두어 구운 야채를 올려둘 자리를 만든다. 야채를 다 올리고 나면 마음에 드는 올리브유를 아끼지 않고 펑펑 둘러주면 끝. 중요한 포인트는 올리브유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많이 오일을 먹는다고?' 하는 느낌이 들만큼 둘러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예쁜데 후무스랑 같이 먹으면 맛도 훌륭하다. 예쁘고 맛도 있으니 대만족! 나중에 손님이 왔을 때에도 내놓기 좋을 것 같았다.
- 부어스트 샌드위치
샌드위치 빵(우리는 코스트코의 지중해 번을 사용했다.)
마늘 부어스트 햄(분도푸드의 수제 소시지를 사용했는데 사실 어떤 종류의 햄, 소시지든 상관없을 것 같다. 분도 푸드의 소시지는 인공첨가물 없이 너무나 깔끔한 맛이어서 요즘 우리는 신나게 먹고 있다.)
샬럿(냉장고에 샬럿이 있기 때문에 썼지만 양파로 대체 가능)
루꼴라 한 줌
샌드위치 소스 - 잘게 자른 선드라이드 토마토, 마요네즈, 꿀, 소금, 백후추
샌드위치가 별 건가 싶지만 샌드위치야 말로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달라진다. 남편의 샌드위치는 또 언제나 내 것과 다른 맛이 난다. 같은 재료로 비슷하게 만드는 것 같아도 늘 뭔가 한 끗이 다르게 느껴지니 어쩌면 이것이 요리의 재미인가 싶다. 코스트코의 지중해 번을 반씩 갈라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안쪽 면에 샌드위치 소스를 바른다. 얇게 잘라놓은 마늘 부어스트 햄을 먹고 싶은 만큼 그득 올리고 얇게 슬라이스 한 샬럿, 루꼴라 순서대로 올리고 빵을 덮으면 끝! 먹기 전에 좀 더 먹기 좋게 반씩 잘라서 접시에 올리면 끝이다.
우리가 만든 것들이 그럴싸해 보여서 까바도 한 병 따고 말았다. 이런 것이 주말 집 식사의 묘미지 뭐.
비록 브런치 식당에 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못지않게 훌륭한 브런치를 집에서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주말 브런치는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맞춰 해먹기가 일쑤라서 꼭 정해진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빵은 마음에 드는 걸 사다가 다 못 먹으면 냉동실에 넣어두곤 해서 언제나 어떤 종류든 들어있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지중해 번을, 어떤 날은 올리브 빵을, 어떤 날은 루스틱이나 슬랩 같은 본격적인 샌드위치 빵을 쓰기도 한다.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는 야채들도 냉장고 속에 있는 것으로 맞춘다. 놀랍게도 우리가 들인 노력에 비해 그럴싸한 한상이 차려져서 각자가 만든 음식을 가져다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날의 브런치는 뽀글뽀글 까바까지 있으니 더없이 완벽한 느낌이었다. 서로가 만든 것을 가장 기쁜 마음으로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 정말 훌륭한 맛이어서 누구에게라도 한번 권하고 싶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