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우리집 멕시칸 푸드 나잇

칠리 콘 카르네와 과카몰리

by 류토비

이름만은 거창하게 불러보는 제 1회 우리집 멕시칸 푸드 나잇.

말만 하다가 드디어 갑작스레 개최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음식 중에서는 한식을 정-말 좋아해서 메뉴를 고를 기회가 되면 거의 늘 한식을 고르는 편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낯선 멕시코 음식은 더더욱 먹을 일이 없는 편인데 어느 날은 갑자기 남들 다 그렇게 멕시칸 음식이 좋다니 나도 먹어보고 싶던 차였다.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고 난 저녁에 둘이 눈에 보이는 멕시코 식당에 앉아 타코와 칠리 프라이를 먹는데 왠지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오 이거 맛있는데'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멕시칸 음식은 잘 모르기도 모르고 몇번 먹어본 적도 없다. 아마 친구와 함께 먹은 것이 살면서 먹은 멕시코 음식 세 손가락 안에는 드는 느낌. 살면서 아직도 이렇게 낯설고 잘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게 늘 놀랍고 즐겁다.



아무튼 그럼 우리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지- 하고 생각한게 우리집 멕시칸 푸드 나잇의 시작. 친구와 먹어본 맛있는 저녁을 B와도 먹고 싶었다.



일단 멕시칸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는 칠리 콘 카르네는 꼭 끓이고 싶었다. 칠리 콘 카르네 레시피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레이먼 킴 쉐프의 레시피를 참조했다. 그런데 결국엔 레이먼 킴과 다르게 금세 타협해서 시판 제품을 쓰기도 했고 이것저것 넣을 때에도 내 마음대로 하고 말았다. 어쩌면 나만의 레시피 노트가 생기는 건 늘 이런 까닭 때문일 듯.




아무튼 우리집 야매 칠리 콘 카르네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다진 쇠고기 500g, 양파 한 개 반,

다진 마늘 왕 크게 1 밥숟가락, 그리고 맥코믹 칠리 시즈닝 2봉지,

토마토 퓨레 한 컵, 토마토 1개, 청양고추 1개,

맥주 약 150ml, 큐민 파우더, 베이크드 빈 잔뜩

(키드니 빈을 넣어야 하지만 키드니 빈을 싫어하기도 하고 집에 없기도 했다. 콩 싫어하면 안 넣어도 무방.)



냄비는 스타우브 주물 냄비를 썼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


주물 냄비를 잘 달궈 버터에 다진 양파를 볶는다

양파가 충분히 익었다 싶으면 다진 쇠고기 500g을 넣고 다진 마늘도 투하.

칠리 시즈닝, 큐민 파우더(원하는 만큼), 베이크드 빈도 넣고, 토마토도 다져 넣는다. 거기에 토마토 퓨레도 추가.

이쯤되면 꽤 되직해져서 소고기가 냄비에 달라붙을듯 말듯 하기 때문에 이 때 맥주를 넣는다(레이먼 킴 레시피에서 따라한건 이 부분).

그리고 오래도록 천천히 끓이면 멋진 칠리 콘 카르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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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칠리 콘 카르네를 밥에 얹어먹거나 하는 용으로 하나, 타코에 얹어 먹는 용도로 하나 나눠서 농도를 좀 다르게 끓이려고 했지만 그런 수고로움은 감당할 수 없었다. 의외로 키드니 빈이 없어도 꽤 맛있고 다른 부재료가 있으면 더 넣어도 맛있겠지만 대충 내가 써놓은 재료가 칠리 콘 카르네를 위한 가장 최소한의 재료인 것 같다. 맥코믹 시즈닝이 없어도 큐민과 토마토 퓨레 같은 것들이 있으면 충분히 칠리 맛이 날 것 같았다.



칠리 콘 카르네를 약한 불에 혼자 오래도록 끓게 놔두고는 과카몰리와 피코 데 가요를 만들었다. 사실 과카몰리는 원래도 많이 만들어 먹는데다가 집집마다 자기 스타일대로 먹어도 충분하 맛있기 때문에 우리집에서도 아무렇게나 (?) 만들어 먹곤 한다.



그렇다면 야매 과카몰리는

아보카도 1개를 으깨고

토마토 1개, 양파 반 개를 가능한 열심히 다져넣고

고수를 잔뜩 다져넣은 다음

라임즙과 후추, 소금을 뿌리면 끝!



피코 데 가요는 굳이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았지만 재료가 다 있으니 넣었고 심지어 이건 그냥 진짜 야매로 만들었는데 이것도 쓸만했다.



토마토 1개, 양파 반 개를 다져넣고

간 마늘도 한 숟가락 집어 넣고, 옥수수도 몇 스푼 집어 넣었다.

레몬즙 (과카몰리엔 라임을 썼으니까.. 변주를 주고 싶었다)과 올리브유를 휘휘 뿌렸다.

그리고 나서 이번엔 이탈리안 파슬리를 넣었다. 보통은 고수를 넣지만 과카몰리에서도 고수향이 날테니 이것도 변주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뭔가 또 단백질이 필요해서 집에 사두었던 목살을 듬성듬성 크게 썰고 목살 위로 파프리카 파우더를 잔뜩 뿌렸다. 파프리카 파우더를 잔뜩 뒤집어 쓴 목살을 그릇 째로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200도 20분. 10분에 한번 뒤집어 주었다. 혹시 모자랄까봐 버터 + 다진 마늘에 구운 새우와 큐민 파우더를 뿌린 닭 안심살도 프라이팬에 따로 구웠다.


그리고 기분은 또 내야 하니까 (?) 사워크림도 한 스쿱 크게 떠 놓고, 멕시칸 슈레드 치즈 대신 집에 있는 콜비잭 치즈도 잔뜩 그릇에 담았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것들을 구운 또띠아에 싸먹는 우리집 저녁 완성.

시원한 맥주랑 같이 배터지게 먹었다.





나는 멕시칸 음식을 잘 먹어본 적이 없어서 적당히 이 정도면 멕시칸 느낌은 나겠지 (?) 싶었는데 기분 좋은 말 잘해주는 짝꿍은 미국에 있을 때 먹던 칠리보다 우리집 칠리가 더 맛있다며 신나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요리는 어쩐지 낯설고 잘 될까 걱정했지만 역시 세상이 좋다. 좋은 재료도 많고 훌륭한 레시피도 잘 공유되니까 이래저래 늘 흉내는 잘 내는 느낌이다. 다음 멕시칸 푸드 나잇은 친구들도 불러서 더 거창하고 성대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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