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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월 Sep 12. 2021

신규발령교사의 여름방학 되돌아보기

초등임용의 불확정성에 관하여

#초등교사 #신규 발령 #9월 발령 #여름방학 #경기 초등 임용 #istj


 


   벌써 9월도 한참 지나고 추석이 코 앞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어렴풋이 한 달에 1~2개 정도의 글은 쓰면서 지내볼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네이버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익숙하진 않지만, 팔로우 중인 소수의 블로거들을 보면 하루 이틀마다 한 개씩 글을 쓰시던데 다들 대단하신 것 같다. 그들에게는 블로그 작성이 취미겠지?


 


   어렴풋이 9월 1일 자 발령이 나겠거니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8월 초에 예상보다 빠른 일정으로 9월 1일자 발령이 발표되었다. 8월 중순이 다 되어서 발표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번에는 발령 담당 장학사 분이 일을 무척 열심히 하셨나보다. 나는 경기도 지역의 임용고시를 응시했는데, 경기도 임용의 특징은 그 어느 곳 보다도 많은 인원을 뽑으며(21년도 약 1100명, 22년도 약 1200명) 그만큼 인사발령의 폭이 크다. 쉽게 말하자면 경기도라는 지역으로 한정을 지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연천, 포천 등의 경기 북부로 가게 될지, 수원, 화성, 용인 등의 경기 남부로 가게 될지도 아무도 모른다. 등수에 따라 수원에 지원하였어도 의정부로 발령이 날 수 있으며, 의정부로 지원했어도 평택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MBTI는 istj이다. 나는 미신, 혈액형 별 성격 특징과 같은 건 믿지 않는다. 하지만  MBTI가 보여주는 포괄적인 성격이나 성향은 얼추 맞는 것 같다. MBTI에서 말하는 istj의 특징 중 하나로 "계획적이다(J 우세)"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이 된다. 나는 내 삶의 영역에서 불확실한 영역을 매우 싫어한다. 예를 들어서 대학생 시절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는데, 나에게는 과외 갯수가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소득의 불안정성이 매우 싫었다. 왜냐, 과외 갯수가 달라지는 건 항상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과외를 했던 학생 중 그 어느 학생도 미리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 오래 쳐줘서 1~2주 정도? 그 외의 경우에서는 "과외 횟수가 이번 주까지하여 마감입니다. 다음 주까지 과외비를 입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연락을 드리면 "이번 주까지만 하고 학원을 다니려고 해요~" 등의 연락으로 그만두시기들 일쑤였다. 물론, 과외를 맡기셨던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과외를 그만둘까, 새로운 학원을 다닐까 등의 고민은 쉽지 않은 고민일 것이다. 당장 그만두기에는 아쉬우니 과외를 더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최대한 오래하려는 경향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소득의 불안정성을 겪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니 말이다.


 


   MBTI 이야기를 왜 꺼냈냐 하면, 바로 경기도 임용에서의 불확정성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이 굉장히 다양한 길로 진로 설계를 하지만, 나는 내가 빠른 나이에 교사로 임용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한다.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하는 바로 그 공무원이며 개중에서도 교사는 어느 정도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내 생각에 초등 임용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바로 "발령의 불확정성"이다. 일단 경기도 임용에 합격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나는 합격한 그 해부터 3월 1일, 3월 15일부터 시작하여 매달 1일에 나는 정기발령 중 그 어느 시기에 속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인사발령 담당 장학사만 그 사실을 발령시기 직전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신규교사를 발령함에 있어서는 전년도 합격자 중 대기 발령자, 기존 교사의 명예퇴직, 신설 학교 설립, 교사 1인 당 적정 학생 수의 변경 등 너무나 다양한 요인들이 변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등수가 애매하다면 내가 몇 월 쯤에 발령이 나게 될지, 어느 지역으로 발령 희망 지역을 적어야 할 지가 너무나도 어려워진다. 이런 불확정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초등 임용 까페의 게시물들이다. "초임공(초등 임용고시 함께 공부해요)"라는 초등 임용고시 계의 대표격인 까페에서는 항상 "nnn등입니다. 몇 월 쯤 발령이 나게 될 까요?" "nnn등입니다. 어느 지역을 쓰는게 현명할까요?" 와 같은 절박한 고민글들이 많이 보인다. 초등 인사 발령이 너무나도 큰 눈치게임이기 때문이다. 같은 해 임용고시에서 A는 1100명 중 100등을 하였지만 비교적 비선호지역인 평택/의정부/연천 등에 인사발령을 받을 수 있고, B는 1100명 중 1000등을 하였지만 비교적 선호지역인 수원/과천/용인 등에 인사발령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 별 선호도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말이다.) 행정고시의 경우, 인사발령을 받는 시기에 관련없이 1등부터 차례대로 발령희망지역을 작성하여 발령받는다고 알고 있다. 난 이러한 방법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하지만 개개인의 선호를 소수의 인사발령 담당 인원이 감당하기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긴 할 것이다. 인사발령 담당자가 인사발령 딱 하나만 도맡아서 할 것 같지도 않고,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있겠지. 어찌되었든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분명 여름방학에 관해 쓰려고 했는데, 신규 발령은 초임 교사에게 있어서 너무 큰 일이다 보니 말이 많아졌다. 위에서 초등 임용 신규 발령의 불확정성에 대해 비판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이득을 본 경우이다. 나는 희망하는 지역에 지원하여 정확히 그 지역에 발령을 받았고, 또 그 안에서도 본가에서 매우 가까운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쉽게 말해서, 집 코 앞에 발령을 받았다. 아주 감사한 일이다. 드넓은 경기도에서 본가에 가까운 학교는 0.1%도 안 되는데 그 기적의 확률을 뚫은 것이니 말이다. 여자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운이 좋다"고 많이 말하는데, 이렇게 지리적으로 완벽하게 발령을 받은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발령을 받고 나면 중고 자동차를 사거나, 자취방을 얻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둘 다 안해도 되게 되었다. 본가에서 지내면서 출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한 달에 못해도 50만원 이상을 추가적으로 저금을 위해 확보를 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어느정도 자유를 획득하려면, 생활하기에 충분한 정기적인 소득을 얻고, 군대를 다녀오고, 자가를 얻는 것 정도의 목표가 있다. 이 중에서 정기적인 소득은 일단 공무원으로서 얻는 소득으로 갈음하고(물론 나중엔 비근로 소득이 근로 소득을 넘기길 바라지만), 군대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고 결국 남는 것은 자가를 얻는 것이다. 일상을 잘 살아나가며 30대 안에는 경기도 안에 내 명의로 된 집이 생기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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