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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Mar 12. 2024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도둑맞은 내 시간 찾기

내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내게 그게 무슨 뜻인지 혹은 내가 왜 그러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모두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래야 하는데.”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中> 


난 이공계 출신이다. 학창시절부터 사회과목에는 전혀 관심 없고, 물리학이나 과학실험 등을 좋아했다. 기계를 뜯어 분해하거나 고장난 물건을 고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에 능숙하다. 그런 내가 유독 스마트폰이란 기기에 대해서만큼은 늘 거리를 두고 경계하려 한다.


난 주변에 아무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없을 때 아이팟터치 1세대를 사용했다. 스마트폰에서 전화기능만 빠진 제품이다. 차원이 다른 이 새로운 물건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팔았다. 내 삶을 사로잡을 만큼, 말 그대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 영혼을 파는 것 보다는 이 기계를 파는 것이 나았다.


그리고 정작 남들이 스마트폰을 두루 사용하기 시작할 땐 ‘011’ 번호의 2G폰을 끝까지 고수했다. 남들이 “아직도 2G야?”라고 물어올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2G폰을 끝까지 사용하는 투지!”라며 맞받아치곤 했다. 


그 투지가 꺾인 건 2G폰이 수명을 다하면서다. 마침 ‘갤럭시S4’가 출시되려던 참이다. 그래서 난 ‘갤럭시S4’가 아닌, ‘갤럭시S3’를 구입했다. 끝물에 할부원금 17만원까지 뚝 떨어진 이전 모델은 나의 첫 스마트폰이 되었다.


이후 약 10년간 스마트폰은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이젠 내 주변 반경 3m를 잘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내 의지로 정신을 지켜보려 늘 노력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이 매력적인 기기에 이미 젖어버린 삶은 마르지 않는다.


올해 초,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이란 책을 맞이했다. 스마트폰만큼이나 매력적인 제목 아닌가. 이 책에서는 왜 우리가 스마트폰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지와, 스마트폰이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문제들, 단계별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세부적인 방법들을 읽어보았으나 하나도 그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난 스마트폰과 굉장히 멀어져있는 상태다.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순 없지만, 스마트폰의 지배를 당하던 삶에서 지금은 스마트폰을 컨트롤하고 있다.


스스로를 평가하거나 뭔가를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 반응에만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中>


날 도운 결정적인 문장이다.


스마트폰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갈 때 내 감정에 집중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 난 왜 스마트폰을 잡으려 하는 거지?’

‘지금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무슨 유익이 있을까?’

‘지금 꼭 유튜브나 인스타를 열어야 할까?’  


끝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파워풀한 방법이다.

스마트폰을 향해 가던 내 손은 책으로 옮겨간다.


요즘..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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