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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청년 Dec 27. 2024

젊어서 내 생각은 또렷했다

나이 들수록 결정 버퍼링이 긴 이유

젊어서는 내 의견은 명확했다. 판단도 또렷했다. 판단에 대한 근거도 나름 명확히 제시했다. 내 결정에 대한 확신도 있어서 의견에 힘을 싣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어쩐 일일까?? 나이 들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무어라 결정을 못 내리고 일장일단을 점검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아서 선택의 기로에서 정차가 잦다.


경험이 녹아든 중년이 되면 인생이 더 쉽고 명료할 줄 알았다.  전혀 아니다. ? 더 현명한 판단으로 실수도 줄어 맑은 기분으로 살 줄 알았는데 갈수록 혼탁하다. 기대와는 정반대다. 결정장애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가장 싫어하는 의견이 “A도 맞고 B도 맞는 것 같아요”였는데 내가 요즘 그러고 있다.


위로의 글을 발견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 나오는 헤세의 생각이다.

 요즘 들어 누가 나에게 시를 하나 보여 주며 평가를 부탁하면 전혀 갈피를 못 잡겠다...... 이 젊은 시인들은, 나이 많은 내가 당연히 노련할 줄로 믿었다가 그러기는커녕 우유부단하게 이 시 저 시 뒤적이다 평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어이없어하며 실망한다.


젊어서는 정보의 양이 적다. 경험의 양도 중년에 비해 당연히 가볍다. 고려사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때가 청춘시절이다. 적은 선택지는 선택이 명확할 확률이 높다. 어떤 것을 선호하는 취향이 강한 때도 청춘이라는 시기다. 유명스타에 대한 동경으로 심장요동 치는 정도가 어릴수록 강한 것처럼 말이다. 비선호하는 것에 강하게 배타적인 시기도 젊음이 주는 열정이다. 헤세 말마따나 내 선호와 유사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별 볼일 없음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 젊음은 당당함에 힘이 실리는 시기다. 선택에 갈등이 적고 헷갈리지 않는 시기, 청춘이다.


중년이고보니 A도 맞고 B도 맞다. 심지어 C, D, E.... 다 맞다. 어떤 개인의 생각은 각자의 경험에서 추출된 결괏값이다. 우리 모두는 개인마다 다른 경험으로 살아왔앞으로도 계속 다르게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나와 동일한 경험은 없다. 다른 경험은 다른 생각을 낳는다. 한 개인의 의견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또한 개인적인 이유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정장애가 발생한다. A 아니면 B? CDEF? 선택이 무의미함을 알게 된다.  ABCDEF.... 를 보듬는 그 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그래서 쉬이 결정이 어려워 버퍼링이 길다.  


시원한 답변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꼭 어떤 결정에 도달해야만 하는 강박을 줄여도 된다. 어차피 삶은 다 다르다. 너도 맞고 나도 맞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나이듦이다. 늘어나는 주름만큼 포용력이 커진다고 할까? 나이드는 거, 나쁘지 않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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