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돌봄교실 방학돌봄일지
개학을 불과 엿새 앞둔 교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아이들은 지난 스물 하루 그랬던 것처럼 놀이에 몰두한다.
교실 안은 저마다의 세계가 펼쳐지는 작은 놀이터다.
오늘의 놀이 메뉴를 살펴보자.
1. 보석십자수
작년에 선배님들이 쓰다가 남은 보석십자수가 있었다.
앉아서 놀이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보석십자수는 가끔 특별메뉴로 꺼내주면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지난주만 해도 서로 얼굴을 붉히며 다투던 아이들이 오늘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보석십자수를 한다.
반짝이는 알맹이를 붙이는 작은 손끝에, 앙다문 입술에서 협력과 집중의 기운이 묻어난다.
아이들의 관계도 그렇게 조금씩 다시 이어진다.
2. 캔버스 필통 꾸미기
일주일에 한 번만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
아무래도 매일 등교하는 친구들보다 가끔 오는 아이는 동료들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패브릭 마커와 빈 캔버스 필통을 건넸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원하던 아이는 유성매직과 패브릭 마커를 이용해 조용히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나간다. 교실 안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고 있는 듯하다.
3. 밑그림에 색칠하기
쿠킹호일처럼 둘둘 말려 있던 3m짜리 밑그림을 점선대로 잘라 세 명의 아이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림을 받은 아이들은 색연필과 노마르지 사인펜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색이 칠해지는 만큼 아이들 사이의 웃음과 대화도 함께 번져 간다.
선생님 다 했어요!! 라고 외치면 냉장고에 그림을 붙일 수 있다.
뒷장에는 약한 접착제가 붙어있어 하루 동안은 냉장고에 전시할 수 있으니
그림이 붙어있는 시간에 교실은 집과 같은 다정한 공간이 된다.
방학동안, 하루의 4분의 1을 보내는 돌봄교실은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집이다.
4. 엄마와 딸 역할놀이
교실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무리. 2학년 언니들과,
그들을 따라 하고 싶은 1학년 여학생이 모여 엄마딸 놀이를 펼친다.
귀엽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오가기도 한다.
언니를 흉내 내며 배우고 싶은 마음과, 동생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직은 나의 놀이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부딪히며 자라는 순간이다.
5. 블록 놀이
1학년 남자아이들은 의자 블록과 레고로 원숭이 나라를 만든다.
원숭이 인형을 바닥에 세차게 내리꽂는 모습이 신경 쓰이지만, 그 안에도 놀이의 흐름이 있다.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보육전담사의 마음은 늘 그 경계에서 머문다.
6. 그림 그리는 아이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이는 오늘도 여전히 하루 종일 그림에 몰두한다.
그림에 재능이 있고 색을 자유자재로 쓰는 아이. 그림의 완성도가 썩 훌륭해 아이의 그림은 따로 만들어 놓은 파일 안에 차곡차곡 보관된다.
제한된 종이 10장 안에서, 책상 위 가득한 펜과 색연필을 사용해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낸다.
펜의 종류는 아크릴펜, 수성마커펜, 노마르지펜, 색연필, 유성매직, 볼팬과 연필. 그리고 가끔 파스텔.
교실에 있는 모든 종류의 펜을 사용하는 우리반의 피카소라 할 만 하다.
말보다 그림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 교실 책상과 책장의 한쪽은 늘 그 아이의 색으로 화려하게 물든다.
아이들의 놀이는 교실을 가득 채우는 풍경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아름답고 건강하고 거침없다.
어린이와 함께 하는 직업의 최대 매력은
인간에게는 아무리 갈등이 있어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제대로 된 대화가 있다면
한 시간도 안 되어 다시 배시시 웃을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있음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리라.
어른도 원래는 이랬다는 것을.
아이들의 미래를 보며 조금 더 좋은 어린시절을 함께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하고 찬란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 교실 안에는 웃음과 갈등, 배움과 성장이 동시에 자리한다.
보육전담사는 그 풍경 속에서
눈을 맞추고, 때로는 지켜보고, 때로는 개입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살아낸다.
개학을 앞둔 이 며칠, 아이들의 놀이를 바라보며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돌봄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 곁에 머물러 주는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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