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BG 신변경호인 (BG〜身辺警護人〜) - 시즌 2 (2020)
BG 신변경호인 (원제: BG〜身辺警護人〜) 시즌 1 (2018) / 시즌 2 (2020)
출연: 기무라 타쿠야, 사이토 타쿠미, 나나오, 마미야 쇼타로, 나카무라 토오루, 이치카와 미카코 등
'신변(身邊)'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조회해 보면 '몸과 몸의 주위'라는 결과가 나온다. 즉, 어떠한 존재의 물리적인 신체, 그리고 그 주위를 포함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시마자키(기무라 타쿠야)에게 의미하는 '신변'이란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훨씬 큰 의미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시마자키는 단순히 고객의 물리적인 안전 만을 지키는 경호원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존재, 사람의 신념과 의지, 그 사람 자체를 지키는 사람이다.
재차 말하면, 시마자키 아키라는 왜 이 작품의 타이틀이 '신변' 경호인인지를 납득하게 하는 존재이다. 시마자키는 극 중에서 클라이언트, 즉 고객들을 상대할 때 그 어떤 종류의 배경과 선입견을 용납하지 않으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사실 이는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 대상이 오늘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면 더구나 단 한 치의 편견 없이 신뢰한다는 것은 힘들다. 자연스레 주어지는 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과 정보, 그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의 평가와 잣대, 그 사람 자체의 언사와 행동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때 나 역시도 '대체 왜 이런 사람을 끝까지 신뢰해 주는 건가?'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캐릭터가 바로 시마자키였으니. 그렇지만 시마자키는 극 중 내내, 그 어렵다는 '편견 없이 고객을 신뢰하는 일'을 멋지게 달성해 내고 그로써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일을 계속한다.
매 화 다르게 등장하는 스토리의 골자를 이루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한 때 다른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 힘'을 시마자키와의 만남으로 하여금 다시 회복하게 된다. 1화의 전직 연구원 출신이었던 출소자, 2화의 눈먼 천재 피아니스트, 3화의 끊임없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경영인, 4화의 히키코모리 남자, 6화의 카레집 여주인, 그리고 마지막 7화의, 바로 KICKS 그룹의 사장, 류 코메이 (나카무라 토오루) 마저도.
류 사장은 과거에, 심지어 경호원을 고용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호원이 정작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달아나 버린 탓에 자신의 약혼자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겪었다. 이후 그는 경호원이라는 존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캐릭터이다. 해당 사건 이후로 그는 KICKS라는 경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업계에 직접 뛰어들게 되지만 정작 자신의 뿌리 깊은 경호원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며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영관 탓에 직원들과 갈등을 빚는다.
드라마는 첫 화부터 시마자키와 류의 갈등 구도에 초점을 맞추어 보여준다. 사람을 그 자체로 '목적'으로 보고 신뢰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기는 시마자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때에 따라서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신뢰하지 않는 류. 대립 구도를 지켜오던 두 사람은 마지막 화에 이르러, 시마자키의 신변경호의 철학과 신념에 감화되어 일종의 해피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잠자는 숲 (眠れる森, 1998) 이후로 처음 보는 듯한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나카무라 토오루의 조합이라 끌려서 시청하게 된 드라마인데, 시청하는 내내 이 두 사람의 대립 구도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어서 꽤나 즐거웠다.
아쉬운 점을 꼽아 보자면, 우선 단 7화라는 짧은 회차 탓에 다소 급격하게 전개된 스토리 라인. 이는 당시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던 상황적 요인이 크다. 원래 기획 의도는 적어도 첫 번째 시즌처럼 12화 정도, 혹은 그 이상을 기획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특히나 시마자키와 류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는 데는 단 한 회 만의 분량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의 20분 더 늘어난 1시간 특별 편성,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와 나카무라 토오루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 단점은 어느 정도 봉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완성도가 다소 부족한 각본 정도랄까. 기승전결을 갖추어 내용이 잘 짜인 화와 그렇지 않은 화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싱겁고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어 버리는 몇몇의 에피소드가 흠이다.
시즌 1을 시청했다면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후 업데이트 할 수도? 시즌 2 만을 추천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으나, 그래도 기무라 타쿠야의 이름값은 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