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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Sabrina Oct 07. 2023

잃어버린 기억, 이를 되찾으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들-1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9: Lost Memories](2002)


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9: Lost Memories] (2002) *나카무라 토오루 포커스 리뷰

주연: 장동건, 나카무라 토오루 




출처: The Movie Database


























 해당 영화가 개봉한 것이 2002년 이므로 현재 시점에서 무려 20년 전의 영화다. 당시 2002년을 돌이켜 보면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공동 개최의 일환으로, 이러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업 프로젝트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도 그러한 맥락으로, 다소 이례적으로 한국의 배우 장동건, 그리고 일본의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를 동일 비중으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다소 어렴풋하다만.)


 이토 히로부미 저격 실패 후, 여전히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발칙한 전개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전반부, 위의 내용을 전제로 하여 대체된 역사의 내용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축구선수 이동국의 가슴에 일장기가 붙여져 있는 그 장면에서는 더욱이. 그리고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솔직히 말해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꽤 볼 만하다고 느껴질 만큼 잘 만들어진 장면이다.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개념을 계승한 듯한 결사 조직으로, 현재의 역사는 조작되었다는 믿음 하에 계속해서 독립 투쟁을 이어가는 '후레이 센진'과 (아무리 보아도 미국 연방 수사국에서 따온) 일본 경찰 조직 'JBI'의 총격전. 



 그렇게 영화의 세계관과 배경을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후 영화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주인공 사카모토(장동건)와 사이고(나카무라 토오루)의 우정과 신뢰 관계를 보여준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안타깝게도 상당히 어긋나게 된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노우에 재단'에 관련된 음모와 비밀을 파헤치게 되며, 감춰진 진상과 조작된 역사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 두 캐릭터의 우정은 갈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출처: 연합뉴스












 이 영화의 전반부 절반 정도가 20년 전 당시의 키워드였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액션 영화였다면,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나머지 후반부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는 'Sci-Fi',  시간여행의 개념이 포함되는 그야말로 공상과학 영화로 그 정체성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장르의 전환이 독이 되었던 것일까.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늘어지고, 조금은 유치해지고, 또 지루해진다. 물론 20년 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당시의 기술력(편집, 촬영, 및 CG 모든 것들을 포함하여)으로 그들이 의도하고자 했던 바를 표현해 내기에 한계가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특히 후반부에서)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던 게 중학생 때였는데, 그때 이후로 N차 감상을 하며 느낀 바로는 꽤나 '정성 들여 만들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다. 실제 사전제작 기간만 해도 4년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그렇다 치곤 꽤 잘 만듦새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재의 참신함이라던가(원안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 내에서의  큰 3개의 액션 장면 (이토 회관, 고속도로, 그리고 마지막 부산항)에 대한 투자와 연출, 그리고 훌륭한 캐스팅 명단을 생각해 보면 또 마냥 저평가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특히 주연 두 배우가 맡은 사카모토와 사이고의 내러티브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서사들을 쌓아 두었다.


 사카모토(장동건)의 경우, 가족을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캐릭터인데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단 두 명의 사람이 다카하시 (신 구 배우님) 그리고 사이고. 그러하기에 더욱 소중했던 인생의 두 존재를 불행한 사고로, 그리고 외부 세력의 음모로 잃게 된다. 평생에 걸쳐 가족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고찰을 거듭해 왔음이 분명한 이 캐릭터가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생각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잃었을 때의 분노와 절규. 그리고 마침내 그러한 자신의 존재의 규명을 향해 몸과 마음을 던지게 되는 결말까지.  


 또한 사이고(나카무라 토오루)의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 또한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과 해석에 더불어 더욱 빛난다. 여러 가지 외부적인 이유(경찰 조직 내 상사의 명령, 그리고 히로시마 출신인 가족의 배경 등)로 배신 아닌 배신을 필연적으로 하게 되고, 결국 -역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이니- 대립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그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사이고는 영화 내내 마음이, 그리고 겨누는 총구마저도 계속해서 흔들린다. 마치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절친한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 사이에서의 외줄 타기 마냥 말이다. (오죽하면 사카모토 캐릭터 보다 사이고 캐릭터에 더욱 제작진의 애정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 낸 캐릭터와 훌륭한 배우의 조합의 결과물이었을까,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는 이 영화로 2002년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해당 영화제에서의 외국인 최초 수상기록은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하다. 


(글이 두서없이 길어질 것이 염려되어, 좀 더 나카무라 토오루 배우에 포커싱 한 리뷰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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