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5번을 들을 땐 여유로운 템포 사이로 빈 필이 가지고 있는 음색을 뽑아내는데 감탄이 쏟아졌다.
1악장의 장송행진곡은 악단이 갖고 있는 음색이나 섬세함이 넬손스의 지휘를 만나자 그 행진의 물결이 미시적으로 일렁이는 모습이 체감돼 인상적이었고, 타악기 주자가 p와 pp를 섬세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단맛이 서려있는 쪽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편이라 게이샤 커피를 맛보고 있는 것 같았고, 이에 따라 2악장에선 감탄과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다만 연주 중간중간에 강렬한 산미가 좀 더 부각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입체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으며, 이따금 단단한 바디감을 선보이긴 했지만 그 빈도수가 매우 적은 편이라 말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름대로 넬손스가 추구하는 그 결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다소 삼삼했던 랜틀러까지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었으나 개인적으로 4-5악장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4악장에선 끝없이 느슨해진 템포, 대여섯 번 정도 자연스럽지 않은 음형의 단차 발생, 정작 그리울 땐 안 나오고 갑자기 산미를 부각시키는 것 같은 바이올린에 물음표가 발생했고,
5악장에선 음과 음 사이에 텐션을 지속적으로 낮춰내는가 하면, 금관에서 연주 완성도가 저하되었으며, 해석의 관점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미도리는 음량을 키워내는 데 있어 한계점이 명확했다. 발산하여 콘서트홀 전체를 울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2악장에선 풍자와 해학을 살려내는 대비감을 좀 더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직선과 곡선 사이에 놓인 프로코피예프만의 서정성을 점차 몽환의 결말로 인도하는 부분에서 균형감을 가지고 곡을 풀어내 나름대로 곡을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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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안드리스 넬손스
-프로그램:
1.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2. 말러, 교향곡 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