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은 팀파니와 함께 부피감을 갖고 둔탁하게 음형을 쏟아내는 형태였다. 츠베덴답게 스프린트 구간을 종종 마주하였지만, 전속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턱 끝까지 숨이 찰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나름대로 적절히 안배를 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아쉬웠던 점은 3악장 말미에 음형이 점차 사그라들다 4악장으로 이어지면서 터뜨려주는 그 순간에 환한 빛으로 인도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가는 길목에서 쏟아져내리는 빛의 향연을 그리지 않아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기에는 어려웠다.
대신 츠베덴은 점진적으로 밝아오는 빛의 흐름으로 곡을 유도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오전 8시를 가리키는 연주였다. 곡의 결말로 향해가는 순간 속에도 시종일관 음과 양이 함께 모습을 비추어내고 있고 적지 않은 구간에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현대인의 삶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현실적이고 때론 일정부분 체감되는 연주였다고 기록해 볼 수 있겠다.
스프린트 상황에서도 순간의 움직임으로 색다른 질감을 나타내려는 흐름과 음형의 끝자락에서 잔향을 흘려보내는 2악장, 나름대로 춤을 춰보려는 몇몇 프레이즈도 캐치할 수 있었던 날이다.
주미 강의 연주는 음량 면에서 조금 더 객석으로 다가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는 결이 조금 맞지 않는 음색이었다. 종종 음정이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프레이즈를 부드럽게 이어내지 못하는 구간도 더러 마주하여서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음색이나 질감면에서 볼 때 브루흐보다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어울릴 정도로 텍스처가 쨍하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연주이기도 했다.
한편 이런 인간적인 연주는 이상을 외치면서도 불완전한 것이 우리네 모습이 아닐까 싶어 다분히 인문학적인 사고를 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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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
-프로그램:
1. 차이콥스키, 이탈리아 기상곡
2.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3. 베토벤, 교향곡 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