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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ul 10. 2024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축축한 습도 속에서 출근을 하며 '너무 싫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하철 속에 직장인들 표정은 하나같이 미술관의 조각상들처럼 표정 없이 싸늘했고, 말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일하기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싫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악착같이 아침에 일어나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장소에서 8시간 이상을 지내야 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돈이라는 것은 대체로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만 나왔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싫은 것들을 꾹 참고 해야 하는 세상의 시스템이 원망스러웠다. (심지어 쥐꼬리) 차라리 내가 물고기였더라면. 사람이 먹다 버린 쓰레기를 주워 먹는 비둘기라면 어떨까. 다른 생명의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 같은 저것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서른의 인생 중에 단 하루라도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었나? 물론 자아도 개념도 없는 유아기 때는 자고 싶으면 잤고, 먹고 싶을 때 징징거리며 엄마를 괴롭혀 젖을 먹었다. 그런데 말을 하기 시작하고 사회적 동물이 되면서부터 내 인생은 하기 싫은 것을 꾹 참고 해야 했다. 비교적 10대 때는 책임이 덜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그런 인생이 허무하기도 하면서, 당연한 것을 자각한 지금의 내가 싫었다. 이 순리를 뚜렷하게 인지한 순간부터 긍정의 회로 대신 부정의 회로가 날 괴롭혔다. 또 이상한 망상 또한 추가로 불러일으켰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삶은 어떨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실제로 두 눈은 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상상의 눈을 감아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회사 안 가기. 지금 가장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또 뭘 하지? 


상상의 눈을 다시 떴다가 꾹 감았다. 결국 또 집으로 돌아가는 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하고 싶은 건 없었고, 그저 하기 싫은 것을 안 하고 싶은 게으른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하철은 회사가 있는 역에 도착을 했다. 그나마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드는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니 아까보다는 출근 길이 나쁘지 않았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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