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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Aug 31. 2022

엄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시린 당신에게


어느 날, 상담에 온 내담자가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요. 행복한 게 죄책감이 들어요. 참 웃긴데, 행복하면 항상 엄마 생각만 나거든요. 


맛있는 걸 먹으면 엄마는 날 키우려고 먹는 것도 아껴가며 그렇게 물에 밥 말아 김치만 먹었는데.. 생각하며 즐기질 못해요. 

남편과 좋은 데를 가도, 엄마는 이런 데를 와 봤을까.. 엄마는 이렇게 좋은 걸 봤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요. 

예쁜 가방을 하나 사려고 해도, 괜스레 엄마한테 미안해져요.


그렇다고 엄마를 만나서 또 잘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의 억척스럽게 자식을 위하는 그 모습을 볼 때면 답답하고 짜증이 치밀어요... 그런데 또 불쌍해요. 짜증을 내고 나면 죄책감에 다시 또 자유롭지 못하고.. 반복이에요. 우리 엄마는 그냥 나밖에 모르는, 나밖에 없는 한없이 약한 사람인데.. 나라도 잘해줘야 되는데.. 너무 힘들어요." 



자녀의 눈에 보기에 엄마의 삶이 너무나도 고달프고 힘들었다면, 

그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는 끝까지 희생으로 자녀에게 그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엄마의 삶 자체가 자녀에게 가시처럼 콕 박혀 욱신거릴 때가 많다.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다.

그런데 또 그런 엄마는 도대체 얼마큼 더 자신을 더 깎아내야 직성이 풀릴 건지, 늘 내게 희생적이다.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도 안 된다. 

더 억척스럽게 나를 챙긴다. 

사실 나도 엄마가 그렇게 해주는 게 익숙하고, 편할 때도 많지만.. 뒤돌아서면 또다시 밀려오는 죄책감과 어딘가 찜찜한 기분.  


이러한 관계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엄마를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너무 시리고,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자꾸 엄마의 불행을 옆에 두고 저울질하게 된다. 

행복한 순간을 충분히 누리기보다는, 구석에  숨어있던 엄격한 또 다른 내(초자아)가 등장해서 

"너, 엄마는 지금 물에 밥 말아서 김치 먹고 일하고 있을 건데, 이렇게 혼자 맛있는 거 먹고 하하 호호 떠들어도 되는 거야?"라고 비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마음은 나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를 생각했을 때 부담이 되고, 답답하고, 미안해져서, 관계도 어딘가 미묘하게 틀어지기 마련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엄마를 떠올릴 때, 

너무 마음 아프지 않게 내 삶을 누리고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도 편안해질 수 있을까. 






1. 엄마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봐 주자 



"우리 엄마는 나를, 가족을 위해 희생만 했고, 우리 엄마는 약하고, 우리 엄마는 불행했다."라고,  

"그래서 당연히 내가 챙겨야만 되고,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잠깐 여기에 머물러보길 바란다. 


아무리 평생을 희생해 온 엄마라도 그래서 한평생 너무나도 힘들게 사셨던 엄마라도.. 

진짜 100% 모든 순간을 희생만 해오셨을까, 정말 그래서 힘들고 불행하기만 하셨을까, 

꼭 그러지만은 않다. 

행복과 불행의 비율을 굳이 따지자면 불행에 비해 행복의 퍼센티지가 한참 모자라 보일 수 있지만.. 

아무리 힘들었어도 모든 삶이 그렇듯,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어떤 좋은 것들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엄마의 자원이자 힘이다. 


그게 자식일 수도 있고, 

어떤 사회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고,

소소한 취미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지만, 


핵심은 엄마가 이 힘든 세월을 지금껏 버텨내 왔다는 것이다.  

엄마는 이 거친 세월을, 굴곡진 인생을 버티고 견뎌내 이 자리까지 와 있는 것이다. 


"엄마의 힘들었던 시간" "엄마가 이겨내 오셨던 시간"으로 시선을 달리해 바라보면 어떨까. 

고통이 컸던 만큼 엄마는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 오시면서 어마어마한 내공이 쌓이셨다. 

그게 바로 우리 엄마다. 


관점을 조금 더 달리하면, 엄마의 고통에만 가려 보이지 않던 엄마의 보람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엄마의 희생 뒤에 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 힘 있는 엄마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엄마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엄마가 가진 힘과 자원도 함께 바라봐 준다면.. 

생각보다 엄마가 단단한 사람이라서, 

생각보다 엄마가 희망적이고 자원이 많은 사람이라서

훨씬 다행일지도 모른다.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는 지금껏 잘 살고 계신다. 

내 마음대로 불쌍하게 여겨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2. 엄마의 삶은, 내가 행복하기를 바랐던 엄마의 최선이었음을
알아주고 인정하자. 




대부분의 엄마는 최선을 다해 자녀를 키운다. 사랑하니까.  

지금 우리의 관계는 설사 어딘가 어긋나 있을지언정 엄마의 최선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자원이 없어서, 삶이 너무 힘들어서, 도무지 여력이 없어서... 

자식에게 좋은 걸 주고 싶고, 자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 

그저 내가 나를 참고 깎아내 희생하는 것 밖엔 방법을 몰라서, 

그렇게 의도치 않게 자식 마음에 "죄책감"이 들어섰을지언정, 엄마는 그저 내가 행복해지길 바랐고 지금도 바란다. 


좋은 옷을 입을 때 엄마를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보다는, 좋은 옷을 입고 기쁘고 당당하게 살길 바랄 테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엄마를 떠올리며 죄책감에 짓눌리기보다는, 그 순간 맛있는 음식을 즐기길 바랄 것이며, 

사랑받는 행복한 연애를 할 때 엄마가 안쓰러워 슬프기보다는, 마음껏 사랑받는 연애를 하길 바랄 것이다. 

정말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설사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이라는 말로 죄책감 공격을 하더라도..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걸 알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란다는 뜻이지,   

그 말이 "너도 나처럼 불행해야 해"라는 말을 전달할 의도는 결단코 아니다. 


무엇이 얼마큼 꼬여있든지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마는 그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복해지길 바라신다는 것이다. 

이 마음을 최선을 다해 삶에서 온몸으로 표현해오셨던 우리 엄마, 

그러니 엄마의 최선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어떤 엄마라도 "엄마 미안해요.."보다는 "엄마 감사해요"라는 말이 듣고 싶을 것이다. 


쉽지 않을지언정 엄마의 삶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고, 

엄마라서 여기까지 왔음을 알아주고, 

그저 잔잔하게 "엄마 덕분에 내가 이렇게 컸다며" 감사를 표현할 줄 안다면... 


세상에서, 자식에게 인정받는 삶만큼 보람찬 삶이 어디 있겠는가. 

엄마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좋은 옷을 입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3.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자 



나는 엄마가 아니다. 

엄마가 될 수도 없다. 

엄마의 삶은 엄마의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엄마의 행복은 엄마가 엄마의 하루 속에서 찾아내셔야 하는 것이다. 

내가 더 노력해서 조금 더 세심하게 엄마를 챙길 수는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너무 노력하다 보면 서로의 경계를 넘고,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내가 자녀로서 내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내 한계 밖에서 엄마를 더 챙기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실제로 챙기든, 마음에서 챙기든..)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부담스럽고 힘들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의외로 무리해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엄마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엄마를 인정하며, 엄마의 힘이 되어준다면,

처음에는 서운함과 미묘함에 힘들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시린 마음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엄마를 떠올려도 괜찮은 마음까지



엄마를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시렸다가, 갑자기 엄마를 떠올릴 때 "쏘 쿨~" 해지기는 쉽지 않다.

늘 희생만 했던 우리 엄마, 힘들게 사셨던 우리 엄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죽을 때까지 마음이 시큰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겠는가.. 엄만데.. 


하지만.. 엄마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봐 주고, 

엄마가 가진 힘을 인정하고 응원하고, 

내가 행복해지길 바랐던 엄마의 최선에 감사하면서,

이제는 내 삶의 행복에 좀 더 집중해 봐도 괜찮다.  

그거 나쁜 거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우리 관계에게도 좋은 거다. 


그렇게 시린 마음을 비위 내고 내 삶에 조금 더 집중해보다 보면,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엄마가 떠올라서 슬프고 애처롭기보다는

"엄마도 함께 왔다면 참 좋았겠다, 다음에 모시고 와볼까~"라고 잠깐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맛있고 행복하게 음식을 먹은 후, 안부 전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엄마를 떠올려서 아프기보다는 

엄마를 떠올리면 괜찮고,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까지  

그렇게 매일 내 마음을 조금씩 덜어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자. 


그래서 엄마를 생각할 때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결국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대하며, 엄마와의 관계도 조금은 더 편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함께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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