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담하는 쏘쏘엄마 Sep 21. 2022

나는 반성을 하는 사람인가요, 반추를 하는 사람인가요?


우리가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간다면, 고통스러운 감정은 피해 갈 수 없다.

좋기만 한 인생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럴 땐, 자연스레 여러 불안정한 생각과 불안, 슬픔, 분노, 억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에 밀려온다.


고통스러운 사건을 직면할 때, 우리는 각기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이 행동 양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보이는데 억압하고 회피하거나, 그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때의 감정을 돌아보는 것이다.


무엇이 더 성숙한 대처일까 한다면, 솔직한 나의 대답은 억압하고 회피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그 상황으로 돌아가 나의 경험을 돌아볼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압하고 회피하면 그 순간은 지나간 것 같아 보이나, 정서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쌓이기 때문에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터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럽지만 피하지 않고 직면해 본다면, 경험으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인생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으려면 우리는 경험을 돌아보되 반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때의 상황과 나의 생각, 그리고 감정을 돌아볼 때 "어떻게" 그것을 돌아보느냐, 그 차이의 결과는 아주 크다.

"반성"이 아닌 "반추"를 한다면, 더한 고통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성과 반추, 이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반추"를 하는 사람은?



"반추"란 동물이 음식을 삼키고 다시 게워 내어 씹는 것처럼,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는 일을 의미한다.

반추하는 사람은 내게 고통을 주었던 그 사건을 계속 곱씹어서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나 또는 상대가 잘못했던 것에 대한 평가도 일어날 때가 많다.


"내가 그때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은 분명 이런 의도였을 거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왜 그랬을까 한심해.."


자연스럽게 이미 일어난 과거의 일을 곱씹어서 생각하면 할수록, 사고는 부정적으로 흐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울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울하고 불안하다 보니까 더 감정이나 생각을 통제하려고 하고, 악순환에 빠진다.


이처럼 반추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정서에 압도되어 버리고, 더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진다.

결국 생각을 통해 우린 고통을 확대하기까지 이른다.






"반성"을 잘하는 사람은?



그렇다면 반성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반성은  "나의 상태나 행위에 대해 돌아보는 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반추와 비슷하지만 "(계속) 되풀이하여 음미한다"는 것이 빠져있다. 그냥 돌아보는 일이다.


반성을 하는 사람은 계속 부정적인 사건을 곱씹어서 생각하며 자책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마치 제삼자가 되어 나를 보는 것처럼) 조금 더 내 감정과 생각을 거리를 두어 관찰해 보는 사람이다.


내게 들어오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도 "평가"하기보다는 "수용" 하면서 말이다.


"아, 내가 그때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아, 내가 그때 이런 생각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구나. 이해가 되네"

"내가 힘들만했어..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선 힘들었을 거야. 인생이 쓰지만 어쩌겠어. 이게 인생인걸"


나와 상대의 잘못을 곱씹어서 생각하기보다는, 내 감정을 충분히 알아차리고 수용해 보려 노력한다. 그럴 수 있었겠음을 공감해 보고 알아준다.  이 과정에서 문제에 대해서 곱씹거나 회피하느라 들었던 노력을 조금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과거와 나의 잘못, 부정적인 감정을 다시 되새기고 반복하며 반추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들어오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도 평가 없이 "그럴 수 있다고, 애썼다"라며 나를 격려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냥 머물러 있게 되더라도 괜찮다. 그저 내가 나를 친절하게 공감하고 위로했으면 충분할 때도 많다.


그렇다. 반성하는 사람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딛고 일어나서, 그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배운다.

다음에는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행동해 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무디게 억압하며 매일을 살아오다, 어느 순간 내 감정을 마주하고 싶어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이 방향이 더 맞다고 본다. 어떤 계기가 있었든 나는 그 용기를 응원한다.

좋든 싫든 나를 한 번 제대로 마주해볼 때, 내 감정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성장한다.


하지만 억압만 하다가 내 감정을 마주하고 들여다본다는 건 참 어색하고 쉽지 않다.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을 마주하더라도 내담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선생님.. 내가 너무 예민해지고 이상해지는 거 같아요..."


그럴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만나려는 내담자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그 마음을 공감하며 같이 한 번 들어가 본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반추를 하고 있나요, 반성을 하고 있나요?"




만약 부정적인 생각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과 맞붙어 싸우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생각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따지고,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하려 하고,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하고,
그것을 압박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더 많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것을 덮어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불필요한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마음이 하는 여러 이야기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이야기하는 현장을 잡는 방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응을 선택하는 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안내자로 삼고,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는 (통제하기보단)
지나가는 차들처럼 그냥 오가게 하면 됩니다.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 中-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시린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