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한 번도 안 싸웠던 우리

어느 남자 공무원의 육아휴직 다섯 번째 이야기

by 자향자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어느새부터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벌써 5월이라니 회사에 있었을 때는 오후 4시 즈음부터 참 더디게 갔던 시간이었는데 육아생활을 하는 이 시간만큼은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다.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인 걸까?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게 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부딪히고 있다. 주로 딸아이를 육아하는 방식에서의 서로 다른 관점과 행동 때문인데 주로 내가 시발점이 되고는 한다. 연애시절 배려와 존중으로 거의 싸움을 하지 않았던 우리는 지금 자주 싸운다. 환경의 변화가 이렇게 사람을 만드는구나 싶다.


주로 엄마인 아내가 딸아이를 전담하게 되면서 내게 주문 사항이 많아지곤 하는데 여러 번 말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내게 조금 많은 아쉬움을 느끼는 듯하다. 당시에는 분명히 제대로 들었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이런 머저리 같은 행동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아내는 내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도 정말 친절하게 두 번 세 번 다시금 알려주는 편이다. 웬만한 건 본인 스스로 처리하려고 하고 정말 동시에 하기 힘든 사항만 내게 요구하는 정도니까. 이에 발맞추어서 나 또한 설거지라던지 분리수거라던지 옆에서 보조 역할로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 내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한 설거지에서 음식 찌꺼기가 그대로 묻어 나온다던가 아이 기저귀를 정확하게 갈지 못해 쉬가 샌다던가 하는 실수로 인한 반복되는 액션으로 아내에게 다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본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빠르고 정확하게'라는 모토로 살아왔던 나였지만 요즘은 '느리지만 정확하게'로 당분간은 모토를 변경하여 살아내야 할 것 같다. 육아하는 기간만큼은 말이다. 어젯밤에는 치킨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아쉬웠던 점 그리고 기대하는 점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부라는 공동체로 5년째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여전히 알아가고 있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우리 딸아이 덕분에 우리는 서로 간의 이견을 좁히며 조금 더 끈끈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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