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친구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어느 남자 공무원의 육아휴직 네 번째 이야기

by 자향자

3월의 둘째 주 주말, 오랜만에 아내의 친구들이 집으로 방문했다. 이 날은 아내의 대학교 동창 세명의 방문이 있었는데 둘은 우리보다 육아 선배, 나머지 한 명은 아직 싱글인 친구들이었다. 아내는 평소 딸아이를 앞에 두고 홀로 종종 대화 아닌 대화를 하는 편인데, 이날은 소통이 가능한 친구들과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서인지 이 일정을 지난주부터 내게 알려왔었다.


나도 아내와 함께 지내며 대화를 나누지만 나와는 또 다른 성격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니까. 보통 친구들이 집으로 내방하면 서로 불편할 수도 있기에 나는 인사만 드리고 자리를 미리 피해 주는 편이다.


육아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육아하는 남자들에게 굉장히 특별한 이벤트인데 아내 친구들 덕분에 이날은 오랜만에 근처에 살고 계신 장모님 댁 가서 라면도 한 접시 얻어먹고 잠깐의 드라이브도 즐기며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도 만끽했다.


이들의 만남은 보통 저녁을 먹고 늦은 밤 해산을 하는 편인데, 그러려니 하면서 밖에서 소주 한잔하고 있던 찰나에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나 오늘 친구들 집에서 자고 오면 안 될까?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자리여서 그런지 서로 간에 할 말이 많네." 그 아쉬움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아 전화를 했었던 것 같다. 호기롭게 "그래! 다녀와! 아이는 내가 보면 되지 뭐." 하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내심 굉장히 불안했다. 일전에 딸아이와 둘이 있었을 때도 상당히 고전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니 아이는 목욕을 마친 후 분유를 먹은 상태였고, 주방을 보니 설거지도 다 되어있고 나는 그냥 아이를 잠만 잘 재우면 되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미안할 필요는 없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면 떠난 집안 거실에는 빵끗 웃는 딸아이와 나 단둘의 하룻밤 동침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딸아이는 아내가 재우는 편이고 나는 그냥 옆에서 뒤치다꺼리 정도만 해오다가 오랜만에 아이와 한방에 같이 자려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와 같이 잠을 잔적은 거의 열손가락에 꼽으니까. 딸아이를 아기띠에 태우고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자장가를 들으며 재우려고 하는데 아빠 품이 낯선지 삼십 분 넘게 연신 울어대던 딸아이는 저녁에 먹었던 분유를 내 품 안에 따스하게 게워냈다.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난감도 쥐어줘보고 했지만 달래주어도 끊임없이 울어대는 딸아이 덕에 단 한 시간 만에 나는 녹초가 되었다. 아이들 울음소리의 원천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 시간 넘게 울어대던 아이가 결국 지쳐 쓰러져 잠들어 버린 사이 나는 딸아이를 침대에 잽싸게 눕혀놓고 가만히 이 녀석을 다독이며 아내를 떠올렸다.


요사이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하고 뒤척이는 딸아이 덕분에 잠귀가 예민 나는 옆자리에 누워서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 거리면서 빨리 와주면 안 될까?라는 문자를 보낼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심지어 새벽에는 분유도 먹이고 하면서 말이다. 다음 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아내는 돌아왔다. 고맙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나는 괜찮다고, 오히려 친구들과 이런 기회 종종 만들어서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니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가끔 아내에게는 갑작스러운 외출 일정이 잡힌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고 오히려 매일 나를 배려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 이틀쯤이야 대수롭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아내는 본인도 엄마가 처음임에도 불평불만 없이 육아를 묵묵히 해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아빠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공동 육아를 하면서 우리는 단둘이 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깊이 있는 배려를 무장하면서 우리는 공동육아를 함께 용감하게 빌드업해내고 있다. 이게 다 딸아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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