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7월에 회사에 복직을 하게 되면서 한 가지 변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화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며 나누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어느 날은 밤늦게까지 술 한잔 기울이며 속 깊게 나누던 대화의 시간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한 발걸음에는 함께하지만 퇴근을 위한 부부의 발걸음이 동일해질 순 없었습니다. 제 경우 야근을 위해 늦은 퇴근을 아내는 일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아이를 위해 조금 더 이른 퇴근을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에게 매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신혼시절에는 함께 퇴근을 하면 불금을 맞아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많은 추억을 남기곤 했는데 이런 옛 추억도 어렴풋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항상 말이 많아서 옆에서 쫑알쫑알 대던 아내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고요.
부부가 함께 아이를 기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당분간은 순응하기로 한 저와 그럼에도 아이를 위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아내 우리 부부의 행보가 달라지며 아내와 이야기할 시간은 어느새 한참 모자라게 된 요즘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이런 애환 하나쯤은 당연히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회사 선배는 일주일 간 조부모 곁에 두고 있다가 데려온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부부는 맞벌이를 포기하고 외벌이로 전환한다던지 등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그나마 아이가 곤히 잠든 금요일의 밤이나 그나마 마음 편하게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나누는 순간의 대화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요즘입니다. 맞벌이로 다시 전환하면서 아내와 함께하는 단 1분이 소중하고 단 10분이라는 시간은 더욱더 소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 부부에게 최근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아침 출근길의 '차 안'입니다. 직장이 모두 서울에 있는지라 교통비도 아낄 겸 같이 다니고 있다 보니 꽉 막힌 차도 위에서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며칠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부부만의 우정을 다지기도 하고 따로는 볼멘소리를 내며 작은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다시 부부만의 이야기가 새로이 꽃 피우는 공간이 된 거죠.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대나무 숲'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굉장한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사내에서는 이리저리 불러 다니느라 아내의 카톡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 적도 많고 전화 또한 단답형으로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업무 통제도 받지 않고 출근길의 무거운 마음은 항상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마음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희 부부는 같은 직군에 속해있어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100%까지는 아니지만 동사무소나 구청 대부분 환경은 비슷하니까요. 아내가 말해주는 여러 사건사고들에 대해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 대부분 저 또한 경험한 바 있으니까요. 서로 간에 해줄 수 있는 건 열심히 들어주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해 줄 수 있는 것뿐이지만 공감의 말 한마디에서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어나가는 요즘입니다.
함께하는 출근길이었어도, 만약에 지하철이었다면 버스였다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내는 지금이 또 다른 저희 부부만의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대나무숲'만 있다면 무던히 견뎌낼 수 있겠지요. 오늘은 아내와 또 차 속에서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볼까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