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내 인생 두 번째 책 「부부 모두 육아휴직해도 괜찮아」 를 카카오브런치에 공개한 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당시 나는 무려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7월에 회사에 복직하게 됐는데, 정말 오랜만에 책상이라는 곳에 앉아 업무에 치이고 민원에 치이고를 반복하며 삶의 여유를 찾기 쉽지 않았다.
본래 계획은 브런치 북 발행을 완료한 후 연이어 바로 원고 투고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에 원고 투고를 위한 준비를 차일피일 미루기를 반복한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주중에는 늦은 밤까지 초과를 하게 된 탓에 녹초가 되기 일쑤였으니 원고 투고고 나발이고 쓰러져서 잠들기 마련이었고 주말에는 아이와 놀아주는 게 일상이 되어갔다. 출간에 대한 꿈은 그렇게 접어지는 것일까?
신인 작가라면 본인이 아무리 원고를 잘 썼다고 해도 출판사에서 이를 용케 알아내 출간을 직접 제의를 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에 하루에도 셀 수없이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데 일일이 확인하고 뛰어난 작가를 발굴한다는 게 말처럼 쉬울까? 대학 입시나 직장 취업 순간을 떠올려보자.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대학교에 입학원서 그리고 기업에 이력서를 넣지 않으면 당사자는 알리가 만무하다. 유명한 작가나 인플루언서를 제외하고선 출간도 위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원고 투고를 위해서는 원고를 제외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더 있다. 그 첫 번째는 원고를 간략히 소개할 수 있는 출간기획서가 준비되어야 한다. 자신이 집필한 원고가 왜 출간되어야 하는지 설득을 하는 원페이퍼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출간기획서에는 기본적으로 자기소개, 기획의도, 예상독자, 목차 등을 담고 본인의 원가 다른 도서와 차별점이 무엇인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요소가 담겨있다. 하루에도 출판사에는 수십 건의 원고 투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일이 원고를 다 읽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정갈하고 짜임새 있는 출간기획서를 원고와 함께 제시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두 번째, 출판사의 이메일이 필요하다. 원고 투고를 위해 원고와 출간기획서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출판사에 투고를 할 차례이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원고 투고를 할 수 있으나 규모가 작은 출판사의 경우 출판사 이메일을 통해 원고 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직접 원고 투고를 하러 방문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직접 출력을 해서 우편으로 보내면 어떨까? 글쎄. 해보시라. ) 그렇다면 출판사 이메일은 어디서 구할까? 책을 보면 앞뒤 어딘가에 출판사 이메일이 조그맣게 인쇄되어 있다. 그 정보들을 일일이 수합해 각각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면 원고 투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쉽지 않은가?
이 쉬운 일을 나는 계속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뭐든 계속 미루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하기 싫어진다. 원고 투고도 마찬가지였다. 7할은 넘어선 것 같은데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훌쩍 지난 8월 말이 돼서야 게으른 나는 원고 투고를 위한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주말에는 카페에 머무르며 출간기획서를 작성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출판사 이메일 정보를 수집하 고를 반복하며 적당한 수준의 출간기획서와 리스트를 만들어냈다.
대략 100여 군데의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해야 1개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라고 들었는데, 내가 수집한 출판사는 20여 개 정도에 불과했다.(육아휴직 주제를 갖고 출간을 한 출판사가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1/5밖에 리스트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어쩌지 하면서도 한 번 더 미룰 수 없어 일단은 20여 곳이 출판사에 각각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출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했기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었다. 부족한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는 추가로 확보될 때마다 계속 보내면 되니 이제 마음의 여유만 갖고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주 두 주 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