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끝이 아니라 사실 시작이다
이번 주 목요일, 본격적인 출간을 앞두고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인지도라는 단어가 무색한 신인 작가 나부랭이이지만 책이 얼마나 팔렸을지 궁금해 출판사 편집자에게 두어 번 판매량에 대해 문의를 하기도 했다. 그도 그랬던 것이 출간 소식을 주변에 알리며 하나둘 선뜻 구입을 해주는 주변 분들 덕분에 물어볼 용기가 생겼다라고나 할까?
나의 인생 첫 책은 10월의 마지막 날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인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인쇄 들어가기 전 마지막까지 수정사항이 있었다'라고 고백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최종 탈고를 앞둔 원고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눈엣가시 같이 몇 가지 수정사항들이 내 눈에 밟혔던 터에 송구함을 무릅쓰고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내 반영을 해달라 부탁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작가의 얼굴이자 몇 안 되는 독자들에게 진심을 담은 첫 책을 전하고 싶은 내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결국 책은 출판사가 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깊은 검토와 정성이 모여 책이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다.
원고 투고를 생각하거나 책 출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는 것은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계약과 동시에 다시 시작되며, 원고에서 책으로 변모하기까지 작가에게 굉장히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한다. 때로는 편집자의 빽빽한 요구들로 인해 볼멘소리가 입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이 글을 보며 원고 투고를 생각하고 있는 독자가 행여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출판사가 책임져 주겠지.'와 같은 생각은 지금 당장 접어두는 게 낫다고 본다. 출판사는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자원봉사자도 아닌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에 불과하다.
난생 처음 출판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서 이런 부분을 일절 배제했던 것은 아니었다. 엄연히 계약이라는 것은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고 상호 간에 맺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받아들였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알게 모르게 출판사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었다. 예를 들어 단어 선택이나 문맥의 흐름 그리고 문장 부호 부분에 대해 헷갈렸던 부분을 짜임새 있고 꼼꼼하게 체크하고 봐주지 않을까? 라며 은근슬쩍 기대고 있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험서에서 천 번은 넘게 봤던 문장 부호 사용법도 실제로 사용하려니 뭐가 뭔지 헷갈리고, 고치면 고칠수록 본래의 문장이 망가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았다.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내의 편집자의 의견은 중요하다. 업으로 하는 일이니 글에 대한 감각이나 문장의 배열을 하는 능력 등은 당연히 나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원고 투고를 앞둔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하나가 있다. 본인이 원고를 작성하며 의도적으로 작성한 문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랑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편집자는 당신의 글을 쓴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바로 당신이며 문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기도 하다. 한편, 편집자는 당신의 작품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을 확률도 높다. 하루에 수도 없이 투고되는 원고를 추리고 여러 개의 원고를 동시에 작업할 가능성이 높다.‘왜 그런 생각을 할까?’라고 묻는 이들에게 하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인쇄되기 이틀 전 최종 원고 검토를 하고 있던 중의 일이다. 최종 인쇄 일주일 전부터는 짧은 기간을 두고 편집자와 이메일로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 검토 후 수정사항 반영, 다시 재검토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큰 실수가 나올 뻔했다. 바로 소제목에 전개됐던 문장 하나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것. 정말 만약에 내가 이 부분을 못 보고 지나쳤더라면 그리고 그대로 인쇄되어 책이 출간되었더라면 나는 누굴 원망해야 했을까? 그게 온전히 출판사만의 탓이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출판사를 온전히 신뢰해야만 할까?
출판사는 당신의 원고를 채택했지만 이를 빛나게 하는 것은 작가 본인의 진심 어린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고 작가 본인의 마음에 8할 아니 9할 이상 마음에 드는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출판사와 계약 후 여러분이 할 일이다.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문의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더 빛나는 여러분의 책이 세상에 나올 테니 말이다. 이번 출간을 통해 몸으로 부딪히며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하나 배우게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