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넌지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 하나가 있다. 단숨에 온라인 서점 순위권 안에 든다던가 아니면 어느 언론사의 기자가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던가와 같은 원대한 망상은 아니고 그저 내가 쓴 책을 누군가 읽고 느낀 바를 기록하는 소박한 그림말이다.
어느 인플루언서의 경우, 책을 출간한다는 일 자체 만으로 두터운 팬층의 많은 관심과 책 구매로 이어지겠지만 나와 같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공무원으로 육아휴직 에피소드를 모아낸 책 하나를 읽고 서평까지 써 내려가주길 바란다는 것은 사실 무리수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발적으로 결혼을 원하지 않는 젊은 층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막상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 또한 적지 않으니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도서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니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없던 신혼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서로에게 아쉬웠던 순간도 찰나에 있었겠지만 아내와 함께했던 시간은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미화되었을지 모르나 아무리 안 좋았던 기억을 더듬어보려 해도 즐거웠던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신혼시절 인생 필름은 '환희'에 가까웠다고 볼 수도 있겠다. 둘 만 있어도 세상 행복했고 설령 임신을 계획하고 아이가 잉태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둘만의 인생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행복했고 그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박봉 공무원의 월급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부담이 되리라는 짧디 짧은 고민도 해봤으며, 아이를 낳으면 작은 부자를 꿈꾸는 내 인생의 계획이 조금 미루어지진 않을까 와 같은 처량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아이 한 명을 낳아 성년에 이르기까지 4~5억은 너끈하게 들어가는 현실이니 가족이 둘이 아닌 셋으로의 변화는 쉬운 결정이 아님은 분명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인간에 주어지는 인생은 단 한번. 온라인 게임처럼 두몫 세몫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평생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혼 후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인지 딩크로 남을 것인지, 그리고 낳는다면 몇 명이나 계획하는지 등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으며 선택에 대한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괜찮았다.
부부의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가 우여곡절 끝에 우리 가족의 품에 온 이후 스스로 인생의 황금기라 여겼던 신혼시절의 ‘환희’ 시대를 지나 아이와 함께 우리 부부는 ‘대환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를 사랑할 자신이 너끈히 생겼고, 우주 최강 약체인 갓난아기를 보살피며 부모가 되었다는 책임감과 성숙도를 갖춘 진짜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
딸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동반 육아휴직'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지 고민한 끝에 나는 책이라는 결과물을 딸아이에게 선보이게 됐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출간. 딸아이는 책은 작가 그리고 인플루언서들만 쓸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 알려줬다.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도전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고나 할까? (두려움과 망설임이 우리를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기억하길 바란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내 인생 첫 책 '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이 출간된다. 이번 도서는 부부가 동반 육아휴직을 계획한 계기와 준비 과정 그리고 18개월 간의 동반 육아휴직 기간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아이를 기르는 세상의 모든 아빠라면 한 번은 꿈꿔봄직한 육아휴직에 대한 아빠의 감정선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고, 동반 육아휴직을 계획하는 부부들에게 닥치는 금전의 문제에 가장 현실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부부의 노하우 등을 허심탄회하게 담아냈다.
행여나 관심이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계실 것 같아 작은 이벤트 하나를 준비했다. 이번 이벤트는 '서평 미션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읽어보고 개인 블로그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 서평 작성해 주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다. 참여할 경우 본 도서는 무료로 제공됨은 물론이다. (최근 책값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책 하나 사는 것도 은근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평 이벤트에 관심 있는 작가가 있다면 출간이 시작되는 11월 8일의 토요일부터 그다음 주 15일까지 7일 간 아래의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