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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 Apr 28. 2024

정신과적 치료와 약물

 언젠가부터 밤에 자기 전에, 때때로 한낮에도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그렇게 만드는 생각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아픈 기억은 아주 명확했다. 반복되는 호흡곤란은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낮설은 결정이었지만 긴급한 몸의 요청에 서둘러 예약도 없이, 생애처음으로 정신의학과의 문에 들어섰다.


 병원지하의 주차는 어려웠고 예약을 하고 다시 오후에 오라는 퉁명스런 간호사의 대답도 나를 지치게 하였지만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오후의 두번째 방문, 다행히 의사는 친절했고 취조식 질문으로 나의 기억을 헤집어 놓지 않았고 몇가지 병리적 질문과 검사지를 통한 검사를 하고, 전문가적 견해를 밝힌 후 우울증 진단을 내렸다. 그에 따른 약처방이 이루어졌다. 고마웠다. 스트레스를 줄이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하나마나한 권고를 한 후 나를 그대로 돌려보내지 않아서.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내 고통에 공감해줘서.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 나아갔다. 용량을 늘리기도 하였다. 약물이 어떤 기전을 가지고 있고 부작용이 심한지 등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증상을 호전시키면 된다. 그 이후에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물론 부작용이 있었다. 주작용과 부작용에 불과한 것이지, 부정적 작용이 아니다. 약물은 약물이다. 어떠한 약물도 주작용과 부작용이 있고 부작용은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약물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증상은 때때로 발현되며 완벽히 예전의 나로 되돌려놓지 못한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약물이 나에게 맞는다면 뇌가 더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악화된다. 방치하면 뇌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며 조기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건 최소 1년의 장기 복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년을 권장했다.


 간단치 않구나. 마음의 감기가 아니었다. 사실 마음은 없다. 뇌만 있을 뿐. 뇌에 작용해 증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그리고 운이 좋다면 건강한 뇌로 만드는게 중요하다.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생각을 고쳐야 한다. 감기가 아니다. 자연치유는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오랜 기간 약물이 필요하다. 정신과적 약물은 그냥 약물이다. 그저 제때에 잘 먹고 잘 자면 된다. 어쩌면 경우에 따라 계속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약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약이 나쁜 건 아니지 않는가? 약을 잘 먹고 잘 관리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최악은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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