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더욱 그렇다.
나의 경우에는 목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몇 차례 고통을 겪었다. 한번 집 나간 추간판은 돌아오지 않으며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재발(나의 경우에는 목통증, 팔 저림)하며 수술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질병이어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한 번은 PC 작업을 하던 도중 강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고 바로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있다. 소개받아 간 신경외과 의사는 진통제로 버티면 몸은 적응을 하여 고통은 줄어들게 되니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견뎌야 한다는 말로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수술로 완치된다는 보장은 없고 목디스크 수술은 위험성이 크다는 말을 곁들였다.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고통을 견뎠다. 결과는 의사의 말대로 몸이 적응을 하여 고통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다만 종종 목통증이 느껴지고 더 통증이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심리적, 정신적 고통은 어떤가? 나의 경우에 한정한다면 한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스트레스에 점차 취약해졌다. 별거 아닌 일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큰 변고라도 생긴다면 정신적 고통이 온몸을 지배하게 된다. 그때마다 정신적 고통- 어디서 주워들은 공황장애 또는 PTSD를 의심하게 되는-을 이기기 위한 묘약은 여전히 없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 정신과 약을 먹으려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약물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없을 뿐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무턱대고 들어갈 용기가 아직은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통을 한 스푼이라도 덜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정신적 고통이 나를 억누르려고 할 때마다 음악은 그나마 부작용 없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고통 한 스푼을 덜어준다. 물론 고통 또는 슬픔을 배가 시키는 노래가 없지는 않지만 선곡만 잘한다면 잠시나나 고통에서 멀어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통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될 때쯤에는 나를 위로해 줬던 그 노래는 버림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 그 노래는 고통의 기억을 담고 있어서 다시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고통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된 노래지만 그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면 반사적으로 그 노래를 들었던 그 장소, 그 장면이 또렷이 기억남과 동시에 그때 느꼈던 감정마저 되살아 난다. 어쩌면 고통 한 스푼을 가져간 노래는 이미 나를 위해 희생된 제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나마 나를 위로해 줬던 노래들, 그리고 그 노래를 만들어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다시 듣지 않게 되는 순간, 그 노래를 방치하고 멀리하게 되는 때가 되더라도 여전히 그렇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_UiIQn_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