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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Jun 29. 2023

시작해보지 뭐, 요리에세이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 #집김밥

오랜만에 들어와 본 나의 브런치 공간에 2년 전쯤 남겼던 글들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아, 이래서 글을 써 내려갔구나' 그때의 나의 감정에 심취해 써 내려갔던 글들을 읽고 있자니 또다시 글을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꾸준히 하지 못했던 핑계를 굳이 해보자면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뒤 사실 그동안 이것저것 많은 일들에 치여 바쁘게 살아왔다. 브런치 공간이 아닌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해 오는 중인데 작년쯤 푸드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어 지금은 블로그에서 꾸준히 글을 써내려고 가고 있다.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고 사진으로 남기며 기록해 왔던 나의 소중한 공간을 브런치에도 옮겨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들은 독자도, 글의 스타일도 모두 다르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정보글 위주로 써 내려가야 한다면, 브런치 공간에는 나의 감정들을 그대로 써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에게는 어쩌면 더 즐겁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요리에세이의 첫 시작은 '집김밥'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집김밥하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마 대다수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겠지만 바로 '엄마'가 아닐까 싶다. 어릴 적 소풍 가는 날 아침에는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던 엄마의 모습과 더불어 밥 짓는 소리, 고소한 참기름의 향, 노랗게 부쳐진 계란지단, 하나씩 몰래 주워 먹다 혼나던 기름진 햄, 등등 보기만 해도 김밥 재료들로 풍성해지는 식탁이 아른거린다. 한 줄씩 말자마자 참기름 쓱- 발라서 자르자마자 따끈한 김밥을 입에 하나씩 쏙쏙 넣어주던 엄마의 모습, 이쁜 것만 먹으라며 김밥 꼬다리는 모두 아빠의 입으로 들어가던 그때의 기억, 어김없이 집김밥을 하는 날에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의 요리 중 하나이다. 물론,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지만 김밥 꼬다리는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결혼하고 집김밥이 생각날 때마다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집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김밥을 말고 있다. 준비하는 동안 설레어하는 남편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언젠간 나도 내 자식의 소풍날 아침, 이렇게 김밥을 만들어주며 엄마와 함께했던  따뜻했던 기억을 같이 나누어주고 싶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엄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거 같다. 어릴 적 엄마와의 추억들을 생각해 보면 엄마가 만들어준 요리들과 요리를 준비하던 엄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맛있게 먹는 우리 삼 남매의 모습을 보며 전해지는 엄마의 행복감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동생들에게 일찍이부터 이것저것 만들어서 먹였는데 가장 큰 수혜자는 둘째 동생이 아닐까 싶다. 요리를 좋아하는 나와 막내 때문에 얻어먹기만 해서 그런지 둘째는 요리를 정말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하는 시간이 번거롭고 아깝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밀키트도 잘 나오고 배달까지 안 되는 음식이 없으니 굳이 귀찮게 에너지를 소비하며 요리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물론, 나 역시도 혼자서 챙겨 먹어야 할 때에는 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요리는 잘 안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때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음식을 만들 때 나의 소중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같이 나눌 때에는 마음이 따스해진다. 부모님, 동생들, 때론 지인들 그리고 결혼 후 남편을 위해 요리하는 시간은 내가 느끼는 따스함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요리하는 과정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그래서 요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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