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집 막내가 드디어 군대에 입대했다. 나와 막내 동생은 11살 차이가 나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무얼안다고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군대 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곤 했다. 대한민국에 남자로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군입대.아무리 예전보다 군생활이 편해졌다한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군생활을 할 동생을 생각하면 늘걱정이 앞선다. 그런 막내의 군입대를 앞두고 가장 먹고 싶은 엄마의 음식을 꼽으라 했더니 바로 다름 아닌 '손만두'였다.
이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어릴 적 초등학교 입학까지 할머니댁에서 같이 살았었는데, 명절 때할머니, 엄마와 함께 만두를 빚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들이 있다. 내가 만드는 만두를 볼 때마다 어찌나 못나게 빚었는지 삶아져 나온 만두 모양만 봐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나와달리 살아생전 할머니가 만두를 빚을 때면 얼마나 이쁘게 빚으셨는지 공장에서 찍어내듯 다양한 모양으로 만두를 곱게 빚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난 동생들과 달리 만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음식은 마치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한 자락 같아 음식도 요리도 내 삶에서는 중요한 존재이다.
엄마의 기운이 팔팔했던 시절에는 만두피까지 반죽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엄마의 손을 안 거친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엄마도 힘든지 이제 만두피 정도는 시장에서 사다가 속만 열심히 만드신다. 만두의 속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이 들어가는지 제대로 만들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특히나 만두 속은 '수분'을 잡는 게 중요한데 두부와 묵은지를 꼭 짜서 수분을 없애는 과정만 봐도 옆에서 나는 지쳐갔다. 그나마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야채 탈수기가 있다만... 여전히 손만두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음식이다.
도대체 어디서 얻어온지 모르겠는 청화대 컵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만둣국과 찐만두, 그리고 넉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던 만두까지, 군입대 하루 전 모조리 비우고 막내는 입대했다.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엄마의 만두를먹고 간 막내를 보며 못 먹이고 보냈으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을 거 같다는 엄마의 말이 사진을 보니 귓가에 다시 맴돈다. 매일같이 반찬가게에서 전쟁을 치르고 오는 엄마인데, 자식이 먹고 싶다는 음식은 몸이 부서 저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과 애정의 깊이는 대체 얼마나 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떠오른다.
미래에 내가 엄마가 된다면 힘들걸 알면서도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