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도 함께 거주하고 있는 치매 엄마를 어쩔 수 없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11평의 임대아파트에서는 같이 지내야 한다는 건 여간 조심스러운 부분이 아니었다. 엄마는 이미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어 항체가 생길 수 있으나, 그래도 조심해야 했다.
엄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기 전에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엄마의 밤새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했다. 엉덩이가 무거운 엄마는 화장실까지 가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목이 쑤시고, 오한이 나는 상황에서도 엄마의 엉덩이를 밀어서 기저귀를 간신히 바꿔 드렸다. 양치질과 세수도 유도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아침으로 죽을 먹을 터라 사과 한 알과 약을 챙겨 드렸다. 옷을 갈아입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양말을 한쪽만 걸리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고, 바지 갈아입힐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엉덩이를 들어주지 않으니,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간신히 끼워 넣었다. 목이 뜨끔거리고 기침도 난다. 고개를 엄마 반대편으로 돌린다. 엄마가 또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지 않은가. 겨우 옷을 갈아입히고 신발을 신으러 가야 하는데, 엄마도 또 꼼짝을 하지 않는다. 주간보호센터 차는 올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요지부동이다.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질질 끌어서 현관 앞에 다가간다. 이마에 땀이 난다. 내 몸도 고통스러운데 엄마까지 돌봐야 하는데 상황이 서글프다.
저녁에 돌아온 엄마를 장갑을 끼고, 샤워시킨다. 엄마의 상태를 살피니 다행히 코로나 증상은 없는 듯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새 기저귀를 채우고, 재웠다. 나는 밤새도록 목 안에 가시밭을 깔아놓은 듯 따갑고 고통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에 먹는 것에 집착하는 엄마가 깎아놓은 사과 접시 앞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앉은 자세도 불편해 보인다. 엉덩이 쪽의 냄새를 맡고 싶으나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므로 확인 불가다. 사과를 다 먹인 후에, 화장실에 데려가니 기저귀에 똥이 한 무더기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엉덩이를 닦아드리는 데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애를 잔뜩 먹었다. 다른 가족이 엄마를 돌아줄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엄마와 함께 주간보호센터 차가 기다리고 있는 1층으로 향했다. 엄마는 주간보호센터장을 보자마자 한마디 내뱉는다.
"선생님, 오늘은 억수로 기분이 좋다."
본능에 충실한 엄마는 대변을 보고 시원했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나의 힘듦도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엄마의 기분이 좋다면야 나의 조금의 노고는 감수하리라. 코로나는 일주일이면 지나갈 것이고, 난 또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를 돌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