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년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됐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한번 계약하면 4년간 5%밖에 인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고 처음 계약할 때 미리 월세를 올려놔야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게 된 것이죠.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전세와 월세는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계약하고 나면 4년이라는 기간 동안은 상승률이 제한되기에 상승폭이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21년 미국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6조 달러 (한화 약 8천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 계획을 내놓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환경에 진보 정권이 만나 재정확대 정책에 불이 붙은 것이죠. 그 결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적으로 유동성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고 물가 상승의 압력은 커져 갔습니다. 안 좋은 일은 꼭 한 번에 일어난다고 하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2년 2월 러시아가 친서방(유럽) 세력인 나토 연합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을 시작하며 글로벌 공급망까지 붕괴되었습니다. 폭발하는 유동성과 공급망 붕괴는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겪어보지 못한 속도와 상승폭의 긴축 통화정책을 불러왔고 10년간 없었던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죠.
Q)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는데 왜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오르나요?
A)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국가예요. 뿐만 아니라 팔라듐, 백금, 알루미늄, 니켈과 같이 제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원자재의 생산량도 전 세계 1~5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 또한 유럽의 곡창지대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대표적인 밀과 옥수수 생산국가죠. 이렇게 에너지/원자재/식품 공급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나라에서 전쟁이 났으니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물가는 오르는 것입니다. 미연준은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무기를 꺼내들 수밖에 없고 미국으로 대규모 자금 이탈을 방지해야 하는 한국도 덩달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문제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세요
Q. 1억 원을 가지고 있는 김부자 씨의 전세대출금리가 8% 일 때, 다음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요?
1) 전세 3억 원
2) 보증금 1억 원 + 월세 100만 원
정답은 2번 ‘월세 100만원’ 입니다. 전세금 3억원에서 부족한 2억 원을 대출받을 때 다달이 내야 하는 월 이자는 133만 원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월세를 택해서 집주인에게 월세 100만 원을 주는 게 은행에 월 이자 133만 원을 주는 것보다 이득인 것이죠! 상황이 이러하니 돈 없어서 월세 산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자보다 월세가 유리한 시대이니까요.
월세가 오르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커져가는 경기침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줄어들고 있는 매매 심리도 매매 시장에서 임차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금리 시대를 맞이하며 줄어든 전세 수요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위축된 매매 수요가 모두 월세로 몰리며 매매/전세는 내리는데 월세만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경제위기 상황이 월세 인상폭을 키운 것은 맞지만 주거 수요를 커버할 수 있는 공급이 서울지역 내에 이루어졌다면 월세의 가격은 지금처럼 오르지 않았을 겁니다.
바꾸어 말하면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거나, 월세가 이자보다 비싸지면 현재 월세로 몰린 주거 수요는 언제든 매매나 전세시장으로 바꾸어 몰려갈 수 있다는 것이죠.
반대로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매매와 전월세 모두 보합 또는 하락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가 국가 경제위기로 아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